•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폭염 특집^^] 한겨울 함박눈 내린 지리산
        2016년 08월 16일 10: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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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눈은 아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집과 길을 대충 쓸어놓는다.

    오랜만에 눈 덮인 모습이 좋아 실실 마실이나 나갔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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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이구 이노무 시키들…

    툇마루에 올라오지 말라케도, 맨날 올라온다, 특히 막내 밍키…

    뭘봐…!

    가을이랑 콩이랑 밍키가 길을 따라 나선다

    네 이놈들 집으로 갓!

    쭈뼛쭈뼛 거리면서 자꾸 따라온다

    가…가라니깐…가

    겨우 따돌리고 길을 따라 걷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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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집을 찾아간다

    산도 넘고 계곡도 건너고….친구집 가기 한번 힘들다…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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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고요한 아침 역경원으로 길을 잡는다

    절 입구에 새로생긴 입간판이 하나 있다

    막다른 곳…이라…막다른 길이 아닌데…아하..둘레길 사람들이 자꾸 올라오는 모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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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 안이 고요하다

    노스님도 노처사님도 잘계시는지

    조용히 지나간다

    요사채에 불이 밝혀져있다. 공양준비를 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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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을 지나 묵은 논밭을 지나니 백운산과 상황들이 확 들어온다

    좋다

    울동네만큼 좋은데는 없지…

    자기가 살면 자기 동네가 제일좋지…

    그래도 울동네가 좋아…

    씰데없는 말을 주고받는다

    마실가는 길에서의 대화가 그렇지 뭐…다 씰데없는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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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아예 다니지 않나 보다

    몇년전에 나도 사람들도 가끔 지나가는 길이였는데

    이젠 길도 없고, 잡목이 자리를 잡았다

    카메라에 눈더미가 떨어진다

    옷에도 모자에도, 신발에도 눈이 지맘대로 들어온다

    뭐야 친구집 가는 길이 웰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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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 이제 길을 만났다

    순이네 가는 이정표다

    근데, 이정표 따라 가면, 친구집이 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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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보이는 저 지붕이 친구집인가?

    아니올시다

    내 친구집은 더 멀리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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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즈기 보이는 집이 친구집인가?

    아니올시다

    즈그는 집이 아니라 암자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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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기 보이는 집이 친구집인가?

    아니올시다

    저 집도 내 친구집이 아니올시다

    그럼, 도대체 내 친구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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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내 친구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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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는 눈 쓸러 내려가고 집에 없고요

    친구 마눌은 집에서 빈둥거리고요

    나는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담배 한모금하고…

    조금 있으니 아랫집 후배부부가 올라오고요..

    눈 쓸러간 친구도 돌아오고요..

    소담소담 놀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요

     

    왔던 길로 왔냐구요?

    미쳤어요, 그 길을 다시 돌아오게….지름길로 왔지요..후다닥

    필자소개
    대구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지리산에 살고 있는 초보 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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