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등 에너지 민영화,
현행보다 더 불평등...대기업만 이득
유럽 민영화, 요금만 대폭 상승...재공영화 요구 커져
    2016년 08월 12일 06: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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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전력·가스 민영화 정책인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이 현행보다 전기요금 체계를 더 불평등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누진제 폐지를 통해 형평성 있는 전기요금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력·가스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생산단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의 일정 비중을 판매사 즉 대기업·재벌에게 할당하면 대기업·재벌들은 지금의 산업용 요금보다 더 싼 가격의 전기를 독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산한 전기를 신판매사업자를 통해 쌍무거래, 직거래를 할 수 있다면 공급비용이 더욱 낮아져, 대기업만의 ‘낮은 가격의 전력시장’이 형성된다”며 “전력 판매시장 개방의 실익은 국민의 것, 우리 소비자의 것이 아닌 대기업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산업 발전방안’ 용역자료는 현재는 발전만 분할해 경쟁하는 구조이지만 한전 이외에 신판매사업자를 허용해 전력 거래에 참여하고 점차 송·배전과 판매를 분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에너지 기능조정 방안도 해당 용역자료를 토대로 마련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력 민영화로 “소매시장에 다수의 판매사업자가 진입해 가격 인하, 서비스 차별화 등을 통해 고객에게 확보전력을 공급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소비자에 긍정적 기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기능조정 방안, 즉 에너지 민영화가 정부의 주장대로 정말로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까. 토론회에 참석자들 모두가 에너지 개방의 실익은 온전히 대기업의 몫이 될 것이며 가정용 전기요금은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보다도 더 불공평 전기요금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영화

민영화 문제점 토론회 모습(사진=유하라)

전력 민영화, 사회적 편익은 정말 국민의 것일까

정부는 기능조정 방침에서 “소매부문 경쟁 도입으로 원가절감 등 효율성 제고 및 사회적 편익 증대, 다수의 민간사업자 참여로 소비자 선택권 보장 및 신규서비스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편의점에서도 전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일찍이 민영화돼 독과점 형태가 굳어진 통신과의 결합상품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올해 중 제시하겠다던 에너지 기능조정 방안의 구체적 로드맵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용역자료를 통해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전력 소비 규모에 따라 소비자를 3단계로 구성하고 있다.

1단계 소비자는 1만KW 이상의 소비자로 대기업·대공장이 여기에 속한다. 2017년까지 1단계로 한전 외 신판매사업자에게 판매가 개방된다. 300KW 이상 2단계 소비자는 기업과 일반용 전기 중 일부인데 이들은 2020년까지 개방된다. 마지막으로 3단계가 전체 수용가인 주택용, 소규모 일반용 소비자로 대다수 실질적 국민들이 3단계 소비자로 분류된다. 2021년 이후에 개방이 완료된다.

1단계 대기업·대공장이 전체 전력의 35%를 사용하고 있는데 2단계까지 합하면 총 64%를 소비하고 있다. 판매시장 개방의 대상인 1단계, 2단계 소비자는 한전과 ‘신판매사업자’ 입장에서 우수 고객인 반면, 3단계 소비자는 불량 고객이다. 주택용에 비해 산업용이 공급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3단계 소비자에게는 집집마다 계량기가 필요하고 전압을 낮춰 공급해야 한다. 검침 및 유지비용 모두 훨씬 많이 든다.

대기업이 지금도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받고 있음에도 전기요금 인하를 부르짖는 이유가 바로 공급비용 논리에 있다. 1단계 소비자인 대기업·대공장은 국민들에게 교차보조를 해주고 있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교차보조는 독점적 사업자가 A사업장에서 얻은 초과 이윤으로 B사업장을 도와주는 방식)

정부도 이번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불만’으로 촉발된 산업용-가정용 전기요금 형평 문제와 관련해, 산업용 전기는 공급비용이 낮아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릴 순 없다고 했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용역자료에서 “교차보조 및 원가이하 요금의 특혜 시비가 있는 대규모 소비자에 대해 소매개방 일정에 따라 준비기간 후 한전의 공급의무 대상에서 제외(1만KW 이상)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며 “대규모 수용가의 타판매사업자 선택, 도매시장에서 직접구매, 자가발전 구비 등 자구노력을 위한 유예기간을 부여해 수용가 스스로 전력소비 문제 해결하도록 조치”한다고 적시한다.

대기업을 한전 공급의무대상에서 분리해주겠다는 것은 대기업들의 내부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3단계 소비자를 제외하고 대규모 수용가들만의 전기 시장을 형성하면 교차보조를 해줄 수가 없고 대기업들은 더 싼 전기를 누리며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교차보조를 받을 수 없는 국민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송유나 연구위원은 “전력의 총 공급비용은 변할 리 없는데 우량고객들은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에 필요한 연료도 직접 조달해 생산-판매-소비할 것이라면 남겨진 3단계 국민들은 이 모든 비용을 n분의 1로 지불해야만 한다”며 “당연히 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편익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일부 우량고객들만을 위한 편익이다. 이것이 민영화된 모든 나라에서 거듭된 결과”라며 “정부가 주장하는 사회적 편익은 결코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전기요금 인하 요구에 대한 비판은 많다. 2015년 전력거래소 통계자료를 보면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주택용 판매수익은 사용량보다 10%가량 높았다. 그러나 산업용은 그보다 10% 이상 낮았다. 주택용이 산업용을 교차보조 해줘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2008년 고유가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했고 원가의 60%도 안됐던 산업용 전기요금을 점차 인상해왔다. 그러면서 주택용이 산업용에 줬던 교차보조는 낮아졌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에 ‘접근’하고 있다.

수십 년간 국민들의 교차보조를 받아온 기업들이 겨우 원가에 접근한 전기요금이 비싸다며, 국민에 대한 교차보조가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항의를 전기요금 인하 요구를 전기 민영화를 통해 이뤄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에너지 기능조정 방안이다.

민간으로 에너지 넘긴 유럽들…재공영화 움직임
일부기업 독점, 요금 상승, 비용 등 민영화 부작용 여실

일찍이 에너지 시장을 민영화한 유럽은 조금씩 재공영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가격 하락과 소비자 후생증대라는 기대효과를 노리며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결과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대폭 상승이었다.

민영화 초기 일시적인 가격 하락은 나타났지만 2000년 이후 일부 사업자에 의한 시장 과점 상태가 오면서, 즉 규모가 큰 상위 4개 기업이 40% 이상의 전력과 가스를 독점하면서 가격저하 효과는 사라졌다.

최근 재정상황 악화에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재공영화의 길로 방향을 틀고 있다.

유승민 한신대학교 강사는 “외주와 매각 등의 방식으로 민영화됐던 공적 서비스가 재공영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독일의 전력사업이 대표적”이라며 “주정부 차원에서 재공영화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민영화된 베를린 시의 전기 공급 회사를 재공영화하라고 주장하는 시민들ⓒ베를린 에너지 원탁회의

유 강사는 유럽 국가들의 재공영화 이유로 “효율성과 비용문제”를 들며 “이것은 민영화의 이유이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재공영화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유 강사는 “영국, 독일, 핀란드의 지자체들은 효율성과 비용이라는 쟁점이 (재공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프랑스의 파리 및 기타 지역에서 이뤄진 수도 재공영화의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효율성 증대와 비용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에너지의 공공성 유지가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민영화로 인해 주주들에게 가던 상당한 금액의 배당 축소, 민간기업 관리와 감독비용 절감 등으로 공공사업에 대한 수익을 당국이 확보할 수 있는 것 또한 에너지 공공성 유지가 민영화보다 효율적인 점이다.

에너지에 대한 민간 진출의 실패도 재공영화 움직임에 기여했다. 가격 하락을 꾀했던 민영화가 오히려 가격 인상을 불러오면서 시장 실패, 그로 인해 소비자의 불만이 가중했다는 것이다.

유 강사는 “민영화가 안고 있는 논리적 한계와 경험적으로 드러난 폐해는 재공영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등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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