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시엠립,
    다양한 개발의 모습들
    [에정칼럼] 그 나라 사람의 전통과 문화 고려되어야
        2016년 08월 09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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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 상반되는 두 이미지가 떠오르는 나라, 바로 캄보디아다. 9~15세기 앙코르제국의 부와 번영을 보여주는 웅장한 앙코르 유적, 그리고 1975~1979년 폴 포트에 의해 자행된 자국민 학살사건의 상징 킬링필드. 캄보디아의 이질적인 역사는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캄보디아를 찾고 있다.

    여행자들뿐만이 아니다. 암울한 현대사를 극복하고 캄보디아를 재건하기 위해 선진국들의 원조 자금도 캄보디아로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2007년 처음으로 방문했었고 9년이 지난 지금 다시 찾은 캄보디아는 정말 많이 변해있었다. 캄보디아로 들어오는 경제협력 및 개발협력 자금과 민간자본이 확대되고 관광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도시의 경관도, 시스템도, 분위기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캄보디아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개발협력을 볼 수 있는 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은 유적 복원 사업부터 전통방식의 수공예 복원, 시골마을 정비, 취약계층 지원, 환경복원, 교육 등 정말 다양한 사업이 집중되어 있다.

    캄보디아 관광청의 2015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20.7%), 중국(14.5%), 라오스(8.5%) 다음으로 한국 사람들(395,259명, 8.3%)이 캄보디아를 많이 방문해왔다. 점점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있는데 단순히 앙코르 유적의 장엄함과 신비로움, 비극적인 현대사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라 할 수 있는 캄보디아에 얼마나 다양한 개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고 그로 인해 이 나라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고자 한다.

    우선 앙코르 유적을 살펴보면 사원 입구마다 각 사원의 복원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나라의 국기와 안내표지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훼손된 문화유적을 복원하고 보호하는 작업을 하는 것인데 크고 작은 복원 사업들이 대부분의 사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캄보디아 방문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중국의 따께오 사원 복원 사업(Ta Keo Temple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Project)이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되는 문화유산 복원 사업으로 완전히 무너져있는 사원의 일부를 재조립하고 사라진 벽돌은 새롭게 만들어서 보충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입구부터 사원 안쪽까지 친절하게 어떤 과정을 거쳐 복원작업이 진행되어 왔는지 보여주는 표지판을 설치해두어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지만 새로운 벽돌로 채워놓은 부분은 이질감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앙코르 유적을 돌아볼 때, 복원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복원사업을 맡고 있는 국가별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면 앙코르 유적의 역사는 물론 현재까지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 ① ② ③ 중국의 따께오 사원 복원 사업 안내 표지판과 새로 복원한 벽돌 부분

    사진 ① ② ③ 중국의 따께오 사원 복원 사업 안내 표지판과 새로 복원한 벽돌 부분

    유적 복원사업 외에도 앙코르와트 유적지에서 시골마을로 가는 도로는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으로 정비되었고 근처 길가에 있는 태양광 가로등은 한국기업의 해외사회공헌활동으로 설치되었다. ODA 자금은 물론 차관형태의 협력기금도 캄보디아 곳곳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 ④ 한국 EDCF로 건설된 도로 앞 안내 표지판

    사진 ④ 한국 EDCF로 건설된 도로 앞 안내 표지판

    다음으로는 수공예 부문을 보면, 조악한 물건만 파는 일반적인 시장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시엠립에는 직접 디자인하고 손으로 만들어 파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버려지는 탄피를 이용해 만든 반지, 귀고리, 팔찌, 크메르 실크와 순면을 이용해 만든 스카프와 옷가지, 열대과일로 만든 과실주와 잼 등 캄보디아만의 독특한 상품들을 찾기 쉬워졌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런 가게들의 주인이 캄보디아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 프랑스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사진 ⑤ ⑥ 세련된 디자인, 고품질의 상품을 살 수 있는 시엠립 시내 마켓

    사진 ⑤ ⑥ 세련된 디자인, 고품질의 상품을 살 수 있는 시엠립 시내 마켓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캄보디아 사회적 기업인 아티잔 앙코르(Artisans Angkor) 역시 1990년대 캄보디아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캄보디아 교육부와 프랑스가 공동으로 시작한 개발 사업으로 탄생하였다. 아티잔 앙코르는 시엠립에 42개의 작업장을 두고 900여명의 장인을 포함한 1300여명의 현지인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크메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실크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밖의 목공예나 도예, 금속공예 등 다양한 작업들을 통해 캄보디아 젊은 층을 교육시켜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었다.

    사진 ⑦ ⑧ 시엠립 시내 아티잔 앙코르 작업장 모습

    사진 ⑦ ⑧ 시엠립 시내 아티잔 앙코르 작업장 모습

    또 다른 사례로 크메르전통옷감연구소(Institute for Khmer Traditional Textiles)가 있는데 이 곳 역시 캄보디아 전통 실크에 매료된 일본인이 크메르 루주 시절 파괴된 캄보디아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사라져가는 캄보디아 실크 장인들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되었다. 크메르 실크를 복원하기 위해 뽕나무 숲을 만들고 누에를 키워 고치가 되면 물레질을 해서 실을 뽑고 베틀을 사용해 실크 원단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꽃이나 열매, 잎사귀 등으로 천연염색을 해서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스카프와 옷, 원단 등을 만들어 판매도 하고 있다.

    시엠립 앙코르와트 유적지에서 북쪽으로 2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실크마을에는 200여명의 캄보디아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일을 할 때도 아이들을 데리고 와 옆에 있는 해먹에 눕히고 일을 한다. 아이들 걱정 없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⑨ ⑩ ⑪ ⑫ IKTT 작업장 모습, 천연 염색 중인 실크실과 완성된 실크실

    사진 ⑨ ⑩ ⑪ ⑫ IKTT 작업장 모습, 천연 염색 중인 실크실과 완성된 실크실

    학살로 파괴된 캄보디아를 재건하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온 사람들과 원조자금, 다양한 개발협력 프로그램들이 캄보디아를 조금씩 바꾸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캄보디아 사람들이 주도권은 잡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비록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시작되었지만 숲을 만들고 사람을 키우고 오래 걸리지만 캄보디아 고유의 전통방식과 문화를 찾아내는 여러 노력들이 궁극적으로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고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발협력 사업을 하고자 하는 정부, 기업 및 시민단체들은 단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만이 아니라 결국에는 사업을 시작한 특정 국가, 특정 마을 사람들의 힘으로 유지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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