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중국언론 비판
    박지원 "청와대 나설 때 나서야지"
        2016년 08월 08일 01: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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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7일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이 이러한 도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밝혔다. 우리 정부가 중국 측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라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은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을 감정적으로 대응해 우리 정부가 오히려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8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이런 태도는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도타일파'(적반하장과 같은 한자 성어)와 같은 것”이라며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를 긴장시킨 책임을 완전히 북한과 중국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8일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청와대가 나설 때 나서야지, 지금 중국의 관영매체나 언론보도에 극심한 비난을 하면 결국 중국 정부와 ‘한판 하자’는 선전포고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실제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있고, 저도 제 눈으로 확인을 했다. 목포에도 중국 관광객들이 꽤 찾아오는데 관광버스 하나 없었고 숙박업계에선 울상을 지었다”며 “지금은 우리 정부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지, 중국에 대한 비난은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감정적 대응을 해서 그 피해가 확대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사드 배치의 본말은 없어지고 한중 정부 간의 대결, 한중 양국 국민 간의 감정 싸움이 본격적으로 된다고 하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국익에 나타나는가, 청와대는 잘 알아야 한다. 외교를 망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사드 배치 본말에서 한중 관계의 지엽으로 정국을 전환시켜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중국 관영언론에 직접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중국의 관영 언론과 우리 정부의 최종적인 지휘탑이 맞서는 모양새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기관인 청와대가 중국 언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외교력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어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한미관계, 한중관계, 사드를 둘러싼 국제정치를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 왜 미국은 이란이나 쿠바하고는 관계 정상화를 하면서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해법을 갖고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사드 플러스 알파가 과연 있는 것인지 과연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 확인하고 논의의 진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거듭 정부의 외교력 부족을 꼬집었다.

    청와대, 더민주 방중단 반대
    박지원 “청와대, 외교 막장으로 끌고 가자는 건가”

    국민의당은 사드 관련 더민주 방중 계획에 대해 당초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청와대의 공개적 반대 입장 표명에 대해선 “청와대의 직접 개입은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 ‘가지마라’라고 간섭하고 나선 것은 중국을 자극하는 일”이라며 “지금은 외교가 가장 중요한 때인데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것은 결국 막장으로 끌고 가자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비공식적으로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나선 야당 의원들을 비판해 오히려 중국 언론이 우리 정부를 비난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뜻을 읽힌다.

    더민주 방중 결정에 대해선 “국익에 맞는 품위 있는 언행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잘 한 판단, 잘못한 판단을 제 입장에서 밝히기는 그렇지만 더민주 의원들이 국익을 위해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당 차원의 의원 외교 가능성에 대해 박 비대위원장은 “지금 현재 우리가 직접 나서서 외교 문제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민병두 의원 또한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에 긍정 평가했다. 북핵 문제, 한미중 간 관계에 있어 우리 정부의 입지가 굉장히 좁기 때문에 의원단이 정부의 역할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포괄적인 해법 차원에서 사드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북한 핵에 대한 전술적 대응이라고 하는 차원에서만 미국의 요구에 대응했기 때문에 문제를 이 지경으로 키웠다, 이렇게 본다”면서 “중국이나 미국의 의도, 역할을 더 넓게 보기 위해, 국내정치가 확신을 갖기 위해 저는 사드 배치 결정 이전부터 우리 정치권이 다양한 외교채널을 갖고 논의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선 “한국의 대응이나 또 한국의 여론 같은 것을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과도하다. 이런 식으로 제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국이 그동안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등을 살펴보면서 대응을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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