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이 행복한 선물
    [그림책 이야기] 『할머니의 여름휴가』(안녕달/ 창비)
        2016년 08월 01일 03: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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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없습니다

    참 무더운 여름입니다. 이따금 스쳐가는 빗방울 덕분에 습도마저 높습니다. 모두 시원한 곳을 찾아 여름휴가를 떠납니다. 정말이지 텔레비전 뉴스만 보고 있으면 한국사람 모두가 여름휴가를 떠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에는 여름휴가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만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자주 잊고 살아갈 뿐입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너무 힘겨워서 휴가를 갈 수 없는 할머니

    여기 혼자되신 할머니가 있습니다. 다행이 할머니 곁에는 귀여운 강아지 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여름 역시 덥습니다. 강아지도 덥고 할머니도 덥고 선풍기에서는 더운 바람만 나옵니다.

    때마침 반가운 손님이 찾아옵니다. 어린 손자와 며느리입니다. 여름휴가로 바다를 다녀온 손자는 할머니와 함께 다시 바다로 놀러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꼬마의 엄마는 할머니가 너무 연로하셔서 바다에 갈 수 없다며 꼬마를 달랩니다.

    그러자 꼬마는 할머니에게 바다 소리가 들리는 소라껍데기를 선물합니다. 자신이 바다에서 주워온 소중한 보물을, 이제는 너무 힘겨워서 바다에 갈 수 없는 할머니에게 기꺼이 선물합니다. 꼬마가 할머니에게 드리는 사랑의 선물입니다. 참 기특한 아이입니다.

    마법의 소라껍데기

    손자와 며느리가 가고 나니 집에는 다시 할머니와 강아지 그리고 소라껍데기 뿐입니다. 그런데 소라껍데기에서 뭔가 나옵니다. 꽃게입니다. 이윽고 강아지와 꽃게 사이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그러다 꽃게가 다시 소라껍데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강아지가 자기 몸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소라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사라진 것입니다. 할머니는 강아지가 사라져서 당황합니다. 다행이 곧 꽃게가 소라껍데기에서 나오고 잇달아 강아지도 돌아옵니다. 손자가 선물해준 소라 껍데기는 그냥 소라껍데기가 아니라 어디론가 다녀올 수 있는, 마법의 소라껍데기인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 손자가 선물한 소라껍데기는 도대체 어디로 연결되어 있을까요? 꽃게와 강아지가 다녀온 곳은 어떤 곳일까요?

    상상이 선물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토끼 굴을 통해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납니다.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에서는 벽에 걸린 그림을 통해 고요한 나라로 여행을 다녀옵니다. 동화나 그림책에는 이렇게 특별한 장치를 통해 환상 여행을 다녀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환상 여행이라는 상상의 세계가 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행복을 선물하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라껍데기는 할머니의 무덥고 답답한 현실과 바다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상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마법의 통로입니다.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이 버거운 사람에게는 자유롭게 어디든 다녀올 수 있는 상상이 행복한 선물이 됩니다.

    독자들은 그림책에서 할머니가 소라껍데기를 통해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와 함께 행복에 빠집니다. 물론 실제로는 할머니의 상상입니다. 손자가 주고 간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고 할머니는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마법의 소라껍데기’를 어린 손자가 할머니에게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손자의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그냥 평범한 소라껍데기를 ‘마법의 소라껍데기’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올여름 가장 시원하고 사랑스런 여름휴가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보면서 저는 슬픔과 기쁨을 모두 느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다니고 싶을까 생각하니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와 함께 행복한 여름휴가를 다녀온 것 같아서 고맙고 기뻤습니다.

    인간에게 즐거운 상상이 중요한 까닭은 사람의 행복이 마음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실이 즐거워도 행복하고 즐거운 상상을 해도 행복합니다. 영혼의 존재인 인간에게 현실과 상상은 어쩌면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현실과 상상 모두를 행복으로 이끄는 비결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현실이 행복한 현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상상이 행복한 상상입니다. 올여름 가장 시원하고 사랑스런 여름휴가를 선물하는 그림책, 바로 『할머니의 여름휴가』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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