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갈은
    진보정당에 관심 없다
    [기고] "여성혐오에는 좌우가 없다"
        2016년 07월 30일 03: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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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앞서 이 글이 메갈4, 메갈리아, 워마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글도 아니며 나아가 진보정당 활동’했’던 당원들을 대표하지도 않음을 밝힌다.

    진보진영에서 넥슨 성우 교체 사건으로 말이 많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매우 평이한 논평을 냈다가 일부 남성 당원들의 반발을 샀고, 상무위원회가 이 논평을 철회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여러 진보의 가치 중 하나인 여성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격양된 목소리로 낸다. 심상정 상임대표의 애매한 입장문은 여성주의/반여성주의 당원 모두에게 분노를 일으켰고, 특히 ‘정의당이 메갈당이냐’고 흥분한 남성 당원들은 논평 철회 조치에도 불구하고 탈당을 감행하겠다고 한다. 나 역시 이번 사태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문제는 메갈에서 관심이 1도 없다는 점이다.

    메갈리아 4를 보자. 넥슨 성우 교체 사건 이후로 넥슨 사옥 집회를 주도했지만 정의당의 논평 사태에 단 한 번의 언급도 없다. 메갈리아에 ‘정의당’으로 검색해봐도 중식이밴드 사건 이후 언급은 전혀 없다. 워마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일찌감치 “여성혐오에는 좌우가 없다”고 정리했기 때문이다. 기대치가 없으니 분노할 것도 없다. 진보정당이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할 정당이라고 기대한 적도 없고, 오히려 어설프게 숟가락이나 올리려는 행태를 경계할 뿐이다.

    메갈4

    메갈리아4의 티셔츠.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메갈리아4

    2008년 촛불 시위를 떠올려 보자. 이 시기 여초 사이트들이 길거리에 나섰을 때 남성 시위대들의 반응을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여초 까페의 이 글은 많은 여성들에게 울림을 줬다..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고. 당시 나꼼수의 비키니 논쟁 과정에서 나온 글이지만, 작성자가 그 글을 작성하기까지,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이 그 글에 공감하기까지, 진보진영이 여성들을 어떻게 운동의 꽃으로 묘사하고 소비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는 전통적인 좌파그룹이라 할 수 있는 운동권 진영과 자유주의 그룹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깨시민’ 부류의 차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음이 곧 드러났다. 진보신당의 성적 자기결정권 논쟁에서 수많은 여성당원들이 탈당했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정당으로 이동하지 않았으며, 또 이미 이동한 정당 내에서도 여성혐오자들과의 무의미한 논쟁에 지쳐 더 이상 공개적으로 논쟁을 하지 않는다. 진보신당 내 여성주의/반여성주의 논쟁에서 공개 논쟁을 감행한 여성들이 당했던 신상털이, 온라인 스토킹의 피해만 본다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정의당 내에서 생각보다 여성주의/반여성주의 논쟁이 세련되게 흘러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 이상 여성들은 ‘여혐러’들이 판치는 곳에서 건강한 논쟁하기를 포기했다. 그것은 결코 건강한 논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여성주의의 씨가 말랐다고 봐야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좌우를 떠나 전국에 산개한 수많은 여성혐오의 피해자들이 메갤 사태로 하나로 뭉쳤다. 나 역시 그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 일베나 메갈 기준에서 나는 ‘진지충’이자 ‘씹선비’이다. 우아하고, 이성적이며, 친절하게 논쟁하는데 익숙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과정에서 얻은 열패감에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들은 우아하고 친절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치녀에는 씹치로, 된장녀에는 한남충으로 응수하며 ‘번식 탈락’의 공포를 주입했다.

    수많은 이들, 심지어 진보 논객이라 자처하는 이들마저도 메갈의 미러링은 미러링이 아니고, 실패한 전략이라고 한다. 이들의 행태가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한다. 이해는 된다. 기존 진보진영의 여성주의는 그 얼마나 친절하고 우아했는가, 그 수많은 혐오 발언을 얼마나 잘 참아냈는가. 그저 싸우다 지치면 조용히 탈당이나 했지, 이렇게 반격이라도 했던가 말이다. 끽 해야 반여성주의를 반대한다는 연서명이나 하는 게 전부이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미 이성적 대화나 논쟁을 거부한 이들, 여혐 자체를 놀이문화로 받아들이고 심각한 범죄(몰카 공유 등)에 그저 슬쩍 이메일 주소 하나 남기는 것은 아무 문제라고 생각치 않는 이들에게, 더 이상 친절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나 소유하고 싶은 여성을 소유하려면 탈씹치를 하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뿐이다.

    일베가 아니라 오유나 루리웹에서 활동한 남성들은 메갈을 ‘여자 일베’라며 자신의 혐의를 벗어나려고 하지만, 큰 착각이다. 그러한 전략은 이미 일찌감치 소용이 없었다. 여성혐오가 일베만의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커뮤니티 내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을 여성 모두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정의당 사태가 별로 놀랍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스스로를 진보라고 착각하는 남성들의 분노는 ‘적어도 나는 일베가 아니다’라는 정상성의 안도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패드립과 어묵드립만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상식선에 있다고 믿은 남성들은 불벼락을 맞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저 물 같고 공기 같았던 자신들의 여성 혐오 발언이 이토록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정의당으로 돌아가자. 대중정당을 선언한 정의당에는 수많은 ‘유입러’들이 있다. 전통적인 운동권 그룹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입당하기 시작했다. 정의당이 자랑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렇게 입당한 당원들 대부분은 전통적으로 진보의 가치라고 믿었던 여성주의와 평생을 별개로 살아온 이들이었다. 오히려 메갈=일베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넘치고 넘쳤다. 그러니깐 이번 메갈당 사태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오늘 정의당 게시판에 누군가 여성학자 정희진의 글을 올렸다.(링크) 아주 친절하고 우아한 어투로 말이다. 그러자 그에 달린 댓글은 ‘좀 정직해봐라. 너 메갈 지지하는 입장이지?’이다. 이들에게 어떠한 텍스트와 어떠한 논문을 들이 밀어도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자, 이들과 고구마 백 개 먹은 답답함을 참아가며 우아하게 논쟁할 것인가, 프레임이 벗어나 차라리 사이다 100개를 원샷한 기분으로 미러링을 할 것인가? 답이 나오질 않는가? 당초 진보에 여성주의를 기대하지 않는 편이 여러모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다행히도 정의당에는 ‘진정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밤새도록 키워질하고도 남을 전문가 당원들이 넘쳐난다. 잘못된 페미니즘을 개탄하고 잠 못 이루는 이 분들이 진정한 페미니즘을 만들 때까지 지금처럼 관심을 꺼두는 게 좋다. 문화예술위 논평을 철회시킨 당 지도부는 진정한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거룩한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 좀 더 심혈을 기울이면 될 일이다.

    메갈은 진보정당에 관심 없다…

    필자소개
    '네 저는 멧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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