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신간 '우리집' 외
        2016년 07월 30일 0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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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카슨 엘리스 (지은이) | 이순영 (옮긴이) | 북극곰

    우리집

    캐나다 출신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카슨 엘리스의 첫 번째 창작 그림책 『우리집』의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집』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집을 간결하고 우아한 그림으로 완성한 논픽션 그림책입니다. 『우리집』은 출간 이후 10개국으로 수출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2015년에는 미국 페어런츠 초이스 재단에서 수여하는 페어런트 초이스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집을 그리다!

    『우리집』은 수많은 집을 담은 일종의 논픽션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백과사전과는 다릅니다. 카슨 엘리스가 창조한 세계는 현실과 판타지가 섞여 있습니다. 말이 뛰노는 한가로운 시골집이 있는가 하면, 해마를 탄 기사가 돌아다니는 바닷속 궁전도 있습니다.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도시에 아파트가 있고, 별이 쏟아져 내릴 듯한 우주에 유리 돔으로 만든 집이 있습니다. 카슨 엘리스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어 다양한 집을 표현해냄으로써 우아하고 멋진 그림책을 완성했습니다.

    캐나다 출신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카슨 엘리스의 첫 번째 그림책

    캐나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카슨 엘리스는 미국 오리건 주에 거주하며 뉴욕타임즈와 뉴요커 등 다양한 잡지에 일러스트를 그렸습니다. 한국에는 남편이 글을 쓴 『와일드우드 연대기』에 그림을 그려 이름을 알렸습니다. 국내에 많은 작품이 소개된 것은 아님에도 카슨 엘리스의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그림 스타일은 수많은 독자를 자신의 팬으로 만들었습니다.

    10개국에 수출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2015년에 출간한 『우리집』은 카슨 엘리스가 처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첫 그림책입니다. 현재까지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프랑스, 일본, 독일, 대만, 폴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10여 개 국가에 판권이 수출되어 세계 여러 나라 독자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페어런트 초이스 재단에서 주관하는 2015년 페어런츠 초이스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하였으며, 미국의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와 북리스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으로 소개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

    사람들은 모두 집에 삽니다. 사람들이 각양각색이듯 집도 각양각색입니다. 배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땅속에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이 편안히 머무는 곳은 모두 집입니다. 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길이 집이 됩니다. 사람만 집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미는 거미줄로 집을 짓고, 달팽이는 집을 등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저마다 집의 모양과 사는 곳은 달라도 우리는 ‘우리집’에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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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휠체어로 누빈 7개 나라 25개 도시

    홍서윤 (지은이) | 생각비행

    유럽

    낯선 곳으로 떠나는 휠체어 여행

    이 책의 저자 홍서윤은 10살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꼬마 아이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장애가 있는 여자아이로 살아간다는 건 비련의 여주인공만큼이나 슬픈 에피소드의 연속이었다. 20년간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겪으며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아무렇게나 들이대는 사회적 편견에 이골이 났다.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KBS 1TV 정오 뉴스의 <생활뉴스> 장애인 앵커로, 그리고 관악산에 운둔하는 석사 나부랭이로 두 가지 색의 옷을 갈아입으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UN 사무국 인턴에 합격해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던 지인이 올린 행복한 사진에 이끌린 홍서윤은 스위스로 휠체어 여행을 결정한다. 그곳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마음의 치유를 경험한 그녀는 결국 7개 나라 25개 도시를 누비고 다녔다. 홀로 떠난 유럽 여행은 삶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장애인에게 여행은 평범한 일상이 될 수 없나?

    ‘제네바 통신원’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동생이 올리는 사진에는 일상의 여유로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것이 심장을 찌릿찌릿 자극하기 시작했다. 홀린 듯 제네바 통신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위스에 가고 싶다고 말이다. 그녀의 짧은 답장에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이후에도 그녀에게 수없이 질문했다. 버스는 어떠한지, 여행지는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 지겨울 만큼 많은 질문을 해댔지만, 그녀는 스위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아주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꼭 와. 언니가 오면 정말 좋아할 거야.” 이 말에 이끌려 결국 홍서윤은 취리히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10살 때 사고를 당하고 난 뒤 학교도 제대로 출석하지 못하고 집과 병원이 외출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방학이면 언제나 사촌 언니인 ‘루씨’가 찾아왔다. 촌수가 무의미할 만큼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 루씨. 해외여행 중이던 그녀와 스위스에서 만나 일정을 함께하기로 계획했다.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사람들은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떠난 저자를 향해 ‘대단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대단해져버렸다. 그냥 남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비행기를 타고 유럽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게 전부였는데 자꾸만 대단하다고들 한다. 장애인 혼자서 장거리 비행, 장거리 여행을 하는 일이 대단해야만 하는 걸까?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처럼 평범한 일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스위스에서 저자의 바람은 일상이 되었다. 휠체어로 버스와 기차를 타는 일이 어렵지 않았고,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도 쉽게 탈 수 있었다. 자갈과 흙길을 따라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데만 두어 시간이 걸렸지만, 해발 2970미터의 쉴트호른을 휠체어로 올랐다. 휠체어를 타고 대자연을 만끽하는 기분이란! 감회가 새로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한국에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 지 20년. 사소한 두려움부터 심장을 짓누르는 고통까지 수없는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불안한 미래, 뒤처지는 느낌에 더 이상 추락할 곳을 찾지 못하는 때면 홍서윤은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스위스에서 쉴트호른을 오른 홍서윤은 용기를 내어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불어를 몰라 예약하는 일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걱정만 한다고 일이 진척될 리는 없었다. 한숨을 크게 한번 쉬고 나서 마법의 주문을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패러글라이딩을 도와주는 곳을 소개받아 드디어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홍서윤을 태운 패러글라이더가 낙하산 줄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날개가 되어줄 하얀색 낙하산이 공기를 가득 품고 크게 펼쳐졌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늘을 날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감돌았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와 거친 바람 소리만이 귓가에 스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슴츠레 실눈을 떴다. 발아래 인터라켄의 모습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마을을 따라 흐르는 강, 멀리 보이는 툰(Thun) 호수와 알록달록한 지붕 그리고 맞은편에 보이는 융프라우까지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나 지금 날고 있어요? 날고 있어! 와우! 정말 예쁘다!”

    새장에 갇혀 살던 새가 새장을 벗어나 하늘을 만나는 기분이 이런 걸까? 가슴속 깊숙이 뜨거운 무언가가 용솟음치는 느낌에 울컥 눈물이 나려 했다.

    ‘하늘을 날다니! 패러글라이딩을 하다니! 용감해! 잘했어, 홍서윤! 장하다!’

    하늘을 날아오른 그날,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응원하고 축하해주었다. 세상의 거센 바람이 어쩌면 마음속 불씨를 더 크게 타오르게 하는 따뜻한 바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그 치유의 힘을 믿는다

    2015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지난번 스위스 여행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혼자서 떠나는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을 준비했다. 매일 밤 노트북 앞에 앉아 어디를 갈지, 어떻게 갈지, 어디서 잘지, 무엇을 할지 궁리했다. 열흘 뒤 드디어 여행 루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석 달에 걸쳐 숙소와 교통편, 관광 명소 티켓을 예약하고, 장애인 여행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프랑크푸르트-쾰른/아헨-몽샤우-브뤼셀-브루게/겐트-암스테르담-잔세스칸스-코펜하겐-스톡홀름-파리-뮌헨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세웠다. 2015년 9월 한 달 동안 여섯 나라, 열다섯 도시를 탐방하기로 마음먹었다.

    휠체어를 타면서부터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미궁 속을 걷는 기분이 든 적도 있었다. 남들과 다른 출발선에 선 것이라기보다는 달리다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 같았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만 같았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노력해야 겨우 쫓아갈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대로 증발해버리고 싶을 만큼 좌절했던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유럽 여행을 하는 한 달여 동안 홍서윤은 조금 더 성장했다. 여행을 통해 좀 더 대범해지고 용감해졌다. 혼자서 낯선 상황에 직면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치더라도 이제는 두렵지 않다. 아니, 조금 겁이 나더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행은 인간의 독선적 아집을 깬다고 했던가? 여행은 공간을 초월하여 스스로를 가두었던 틀을 벗어나게 하는 힘이 있다. 유럽에서 혼자서 보낸 한 달의 시간은 분명 홍서윤을 변화시켰다. 그 소중한 경험은 20대의 마지막 추억이자 30대의 삶에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홍서윤은 자신이 경험한 도전, 자유, 용기를 절망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외출조차 두려워하는 많은 장애인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여행, 그 치유의 힘을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이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7개 나라 25개 도시를 휠체어로 누비면서 느낀 경험을 기록한 책,《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를 출간한 것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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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

    유몽인 | 최익현 (지은이) | 허경진 | 전송열 (옮긴이) | 돌베개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

    조선 시대 선비들이 팔도의 명산 20곳을 유람한 기록이다. 산을 찾을 시간이 없는 독자들은 방 안에 누워 이 책을 읽으며 선비들이 보았던 나무, 숲, 계곡, 폭포를 쫓을 것이고,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직접 산을 찾아가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물아일체의 경험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아름다운 산, 잊혀진 물을 찾아 떠나는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여행

    조선 선비들은 현대인의 등산과는 다른 목적으로 산과 물을 찾았고, 다른 기록을 남겼다. 건강을 목적으로 산을 오른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인들에게 조선 선비의 산수유람 기록은 매우 비생산적인 행위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글은 집 근처 가까운 산조차 찾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색다른 읽을거리와 인생의 지침서가 될 수 있다. 더운 여름,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집에서 산을 유람하는 여유를 이 책을 통해 느껴보자.

    조선 선비들이 산수를 즐겨 찾은 이유는 무엇보다 성현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공자가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고 말한 이래로 ‘요산요수’(樂山樂水)는 요즘의 중고등학생들까지 다 아는 유명한 말이 되었으며,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登泰山而小天下)라는 말은 맹자의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더불어 군자의 덕목으로 강조되었다.

    그러한 산수 체험 기록의 1차 독자는 물론 자기 자신이지만, 2차적으로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니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산수를 찾아가지 못하는 선비들을 상정할 수 있으며, 적극적으로는 자신과 생각이 같지 않은 독자에게 산수유람을 권하기 위해 기록한 것이기도 했다.

    옛 시조에 “靑山도 절로절로 綠水도 절로절로 山 절로 水 절로 山水間에 나도 절로 그 中에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 하리라”라고 한 바와 같이 선비들은 산수유람을 통해 자연의 도(道)를 깨닫고 자연과 더불어 늙어가려는 자연관을 드러냈다. 이것은 자연 그대로 관찰하여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내 몸을 자연에 의탁함이다. 또 이와는 반대로 자연을 인간 속으로 끌어들여 관념화시키고 철학적인 자연을 읊기도 했다. 이러한 경향은 퇴계 이황 등 일군의 성리학자들을 꼽을 수 있다. 선비가 자연을 그대로 따라 하나가 되는 것이나 선비가 자연에게 배워서 하나가 되는 것 둘 다 자연과 내가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같다고 하겠다.

    산과 물이 삶에서 더욱 멀어진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사고, 그리고 이들이 남긴 글은 무척 이질적이다. 그렇다고, 누워서 산과 물을 누리는 방법, 즉 와유(臥遊)의 방법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현대식 건물 안에서 수석을 수집하고, 화초를 키우고 완상하며, 멋진 산수화를 방에 걸어두고 감상한다. 여기에 한 가지 방법을 더 보태자. 옛사람의 글을 통해 갈 수 없는 아름다운 땅뿐만 아니라 개발 등을 통해 이미 사라져버린 산과 물까지 함께 즐겨 보는 건 어떠한가?

    방 안에 누워 명산을 유람하는 와유록(臥遊錄)의 전통

    조선 시대에는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또 사회적, 신분적 제약 등으로 마음먹은 대로 산을 유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금강산을 오르는 것이 평생소원이 될 정도로, 명산 유람은 소수 특권층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다.

    산수유기의 작자는 자연히 대부분 선비들이었고, 조선 중기 이후 문학 담당층이 확산되면서 여성의 산수유기가 있었지만 아주 드문 사례였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산수유람 기록은 매우 소중한 독서물이었고, 직접 가보지 못하는 대신 다른 이의 유람록을 읽으며, 사랑채에 누워서 팔도강산의 이름난 산수를 유람했던 것이다. ‘와유록“’(臥遊錄)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대저 산수기는 반드시 그 땅을 밟고 그 모습을 보아서 마음으로 실체를 터득한 다음에야 붓을 잡고 쓸 수 있다. 높은 것은 높게, 낮은 것은 낮게, 깊은 것은 깊게, 얕은 것은 얕게, 그 변화를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는다. 또 그 사람이 모두 속세의 먼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요 문장을 하는 선비들이므로 현명하고 재주 있음이 이와 같으니, 그가 직접 밟고 본 것과 마음으로 느낀 바를 적게 된다면, 세상에서 용과 매와 표범의 외모를 묘사하고 천리마를 그리더라도 고기를 그리고 가죽을 그리는 데 그치는 자들이나 고개지, 육탐미가 직접 가보지 못한 바를 그려낼 수 없는 것과 그 장단과 득실을 어찌 함께 논할 수 있겠는가?

    박세당이 남학명의 『와유록』 서문으로 쓴 글의 일부인데, 전체 문맥을 살펴보면, 박세당은 표면만을 그리는 그림보다는 산수의 풍경을 보고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쓴 글 한 편이 더 낫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은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유행과 그 맥을 같이한다.

    조선 중기 이후 산수유람의 기회와 기록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김종직(1431~1492)의 『유두류록』, 고경명(1533~1592)의 『유서석록』, 홍백창(1702~1742)의 『동유기실』은 하나의 산을 유람한 기록이 단행본으로 편집되어 널리 읽혔고, 홍인우(1515~1554)의 『관동일록』, 성해응 (1760~1839)의 『동국명산기』 등은 여러 산의 유래와 명승에 관한 인문 지리서 성격까지 지니게 되었다. 장서각이나 규장각에 소장된 『와유록』, 정원림(1731~1800)의 『동국산수기』처럼 여러 문인들의 유산기를 모아 편집한 선집까지 나오게 되었으니, 글자 그대로 사랑채에 누워서 팔도강산의 이름난 산수를 유람했던 것이다.

    사계절의 흐름을 따라 보는 20곳의 명산 여행

    이 책의 저본은 정원림의 『동국산수기』 및 한국문집총간, 그리고 개인 문집의 산수유기 수작들이다. 정원림의 『동국산수기』는 당대 여러 문인들의 유산기를 모아 편집한 선집이다. 이 책의 편역자인 전송열, 허경진 선생은 우선 정원림의 책을 완역하고 여타의 산수유기를 좀 더 검토한 뒤, 수작 20편을 선정, 이 작품들을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산의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집필 시점을 기준으로 계절순으로 재배치했다. 각 편마다 말미에 작가 소개와 작품 해설을 수록했으며,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선 영조 때 제작된 《해동지도》를 도판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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