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방어용인가 공격용인가
    [7문 7답] 무한 군비경쟁과 안보불안의 촉발자 ①
        2016년 07월 29일 05: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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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진보연대 반전팀에서 <사드THAAD, 7문 7답>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를 둘러싼 쟁점과 질문들에 대해 보다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려는 게 목적이다. 필자들의 동의를 얻어 7문 7답을 세 번의 글을 통해 연재한다. 편의상 질문과 순서는 연재에 맞게 재배치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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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1. 사드는 방어를 위한 무기인가?

    한국과 미국 정부는 사드는 방어용 무기라고 선전합니다. 물론 무기 자체의 논리는 방어용이지만, 사드가 포함된 미사일방어(MD)는 결코 방어용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선제 핵 공격을 뒷받침하는 무기체계입니다.

    사드는 보통의 미사일처럼 화약을 실은 폭발형 탄두가 아닌 충돌파괴체(kill vehicle)를 이용해 비행 중인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합니다. 이는 핵폭발을 막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인데, 핵미사일은 충돌이 발생하면 기폭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화학, 세균 탄두의 경우 사드가 맞추더라도 여전히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드는 오로지 핵무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충돌파괴체

    미국의 지상기반 미사일방어 체제(GMD)에서 사용되는 충돌파괴체(kill vehicle) 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완벽한 (핵) 미사일 방어체계를 통해 평화를 달성하겠다는 논리는 위험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합니다.

    첫째, 완벽한 방어체계 개발은 선제공격을 쉽게 만들기 때문에, 항상 공격적 핵무기 정책과 쌍을 이룹니다. 현재 미국은 실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과시하고 있습니다. 2010년 발간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는 북한을 비롯한 적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명시했습니다. 미국이 공격적인 핵무기와 함께 ‘완벽한’ 방어체계를 갖추게 되면, 세계는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둘째, 미국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망 구상은 한국-일본-대만으로 이어지는 범지역적 네트워크로서, 동아시아 동맹국의 군사화를 강력하게 추동합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재무장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동아시아 미사일방어망 구축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셋째, 미사일방어망 계획은 항구적인 신무기 개발, 도입을 촉진합니다. 즉 주변국은 방어망을 무너뜨리기 위한 신무기를 개발해야 된다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이미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대응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넷째, 미사일방어체계는 기술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우려하는 과학자연합(UCS)’을 포함한 여러 과학기술자 집단들은 여러 차례 엄청난 비용을 들여 미사일방어망을 만들어도 돌파해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수월하다는 분석을 낸 바 있습니다.

    요격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열이 발생하는 부유풍선으로 레이더를 교란시킵니다.(우주에는 공기가 없어서 부유풍선의 속도는 핵탄두와 동일합니다. 따라서 요격미사일이 핵탄두를 구별해내기 어렵습니다.

    둘째, 하나의 탄두에 여러 개의 작은 탄두를 탑재합니다. 가짜 탄두(기만탄, decoy)도 포함됩니다.

    우려하는과학자연합(UCS), <Missile Defense Countermeasure>, 2000.
    https://www.youtube.com/watch?v=gNSR7dXHdCY

    설사 방어체계가 90%의 방어능력이 있다고 해도 나머지 10%의 미사일도 충분히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사일 방어망이 완전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전쟁이 일어나면 민중들은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미사일 방어망이라는 구상은 파괴적인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100% 막을 수 있다’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으로 대체합니다. 이는 대중들은 핵전쟁의 파괴력을 간과하게 만들 뿐더러 군부의 관료들은 더욱 공세적인 (핵)전쟁 준비, 수행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게 만듭니다.

    <더 알아보기: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계획과 사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계획은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의 전략방위구상(SDI), 일명 ‘스타워즈 계획’에서 출발합니다. 이 당시는 소련의 핵공격을 가장 큰 염두에 두었습니다.

    소련 붕괴 후 1991년 H. 부시는 전략방위구상을 대폭 수정하여 ‘제한공격에 대한 세계방어(GPALS: Global Protection Against Limited Strikes)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한공격이라는 표현대로, 소련 같은 대국보다는 핵무장 가능성이 있는 이란, 북한 등 지역강국으로부터의 미사일공격 대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들 나라는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보내는 기술은 아직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미국 본토보다는 전쟁지역(theater, 전역(戰域))의 미사일방어가 중요해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역은 대체로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동 등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GPALS는 1993년에 국가미사일방어(NMD, 본토 방어용)와 전역미사일방어(TMD, 해외미군과 동맹국 방어용)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사드의 개발이 시작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1999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역미사일방어 구조를 위한 선택>에서 한반도에 사드 4개 포대와 패트리어트 7개 포대를 배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보고서는 일본에는 사드 4개 포대와 3대의 레이더, 대만에는 레이더 1대 이상 배치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99년에 이미 한국-일본-대만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 구상을 체계적으로 수립한 셈입니다.

    미국의 미사일 장어체제

    출처는 한겨레

    미사일방어의 가장 큰 문제는 핵무기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핵전쟁을 부추긴다는 점입니다. 핵무기는 한 발만 맞아도 괴멸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핵무장을 한 국가끼리는 보복공격이 두려워 선제공격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미국의 구상에 따르면 상대방의 핵무기를 미사일방어로 막을 수 있다면 보복공격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선제공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망의 완성을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미사일방어 계획이 ‘방어’라는 이름과 달리 공격을 위한 무기체계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질문2. 한국형미사일방어망(KAMD)이 대안이 될 수 있나요?

    사드 배치가 경북 성주로 결정되면서 정작 수도권 방어가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평택 등 경기남부를 제외한 수도권이 사드의 최대 요격거리인 200km 바깥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국방부는 그 대안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해 선제 타격하는 공격형 방위시스템 킬 체인(Kill-Chain)과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이는 한국의 독자적인 구상은 아닙니다. 2012년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유사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억제수단을 유형별로 구체화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에 합의했습니다. 맞춤형 억제전략에서 한국군이 담당하는 것이 바로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입니다. 따라서 이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을 위한 사전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한·미 양국은 미사일 방어체계 간 상호 운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동의하였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미군의 데이터 교환 네트워크 ‘링크-16’과 연동하여, 양국의 실시간 미사일방어 정보공유 체계를 연내에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형

    방송화면 캡처

    한편 국민의당은 사드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그 대안으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주장합니다. 사드 도입은 미국·중국·북한의 전략적인 이익만 보장하고, 주변국 긴장을 높인다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북한만을 겨냥한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대응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우위를 한반도에서 입증할 따름입니다. 따라서 사드는 안 되고,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은 가능하다는 입장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으며, 무기체계 도입과 경쟁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사드 도입과 동시에 더 촘촘한 미사일방어망으로 한국 전역을 뒤덮겠다는 위험천만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선제 타격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호전적인 킬 체인과 신무기·현대화 전략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지속적인 군비경쟁과 무기개발 유혹을 정당화시킬 뿐입니다. 대화보다는 대결, 군축보다는 무기를 앞세우면 긴장이 커질 뿐, 평화가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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