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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사람들의 목소리
    [책소개]「백 사람의 십 년」( 펑지차이/ 후마니타스)
        2016년 07월 22일 06: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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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중국 문화대혁명(이하 문혁) 시기 보통 사람들이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당사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구술 문학의 형태로 엮었다는 점에서,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세컨드 핸드 타임>과 비교할 수 있겠다(물론 저자도 문혁의 피해 당사자이다).

    1980년대 중반, 저자인 펑지차이가 신문에 문혁 경험담을 공모하자 4천 통이 넘는 편지가 도착했다. 그는 편지를 일일이 읽고 그중 수백 명을 직접 인터뷰했으며, 1986년부터 그 가운데 백 사람의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1996년 29편의 글을 모아 중국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한국어판에는 17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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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혁을 기록하기로 마음먹다

    1967년 바람 부는 어느 엄동설한의 밤. 누군가 펑지차이의 집 문을 두드렸다. 홍위병들이 들이닥치는 소리일까 봐 그는 잔뜩 겁을 먹은 채 문을 열었다. 뜻밖에도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문밖에 서 있었다. 그는 중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우파로 몰려 반 년 동안 감금되어 온갖 고초를 겪었으며, 풀려나자마자 그를 찾아왔다고 했다. 반 년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는 그는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평소에 가장 아꼈던 제자들이 그가 잠꼬대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감옥에서 매일 밤 그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잠꼬대를 기록하고 그 다음날 잠꼬대가 가진 불순한 의미를 추궁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잠꼬대를 할까 두려워 잠을 잘 수 없었다. 반년 동안 잠과 사투를 벌이느라 눈에 핏발이 가득한 그가 말없이 담배를 피우다가 비탄과 절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태어난 사람들은 우리가 이렇게 살았다는 걸 알 수 있을까?
    이런 상황과 이런 비극을 말이야.
    앞으로 세월이 흘러 우리가 모두 죽으면 우리 세대가 겪었던 일들을 누가 알 수 있겠어?
    그렇게 되면 우리는 괜히 헛고생만 한 것 아니겠어?
    지금 이런 일들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거야?”

    그래서 펑지차이는 문혁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보통 사람들의 문혁을 기록하다

    1976년 사인방이 체포되면서 약 10년 동안 중국을 거의 ‘내란 상태’로 몰았던 문혁은 공식적으로 종결되었다. 중국 정부는 문혁 기간 중 3만4,800명이 죽었고 70만 명 이상이 박해를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1981년 6월 27일, “건국 이래 약간의 역사적 문제에 대한 당의 결의”를 통해 “문혁은 마오쩌둥의 개인적 과오로, 린뱌오와 장칭 등 반동 세력에 의해 당과 인민들에게 많은 재난을 몰고 왔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문혁은 마오의 과오이기는 하나, 여전히 그는 과오보다는 공이 더 많은 혁명적 지도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 뒤 문혁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평가는 이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 다시 말해, 문혁은 마오의 일시적인 판단 착오로 발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장칭 등 사인방 세력과 반동 세력이 상황을 잘못된 방향으로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책임은 사인방과 반동 세력들이 뒤집어썼고, ‘혁명적인 마오쩌둥’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민들에게 ‘붉은 태양’으로 숭앙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문제는 있다. 당시 ‘동원’되었던 대부분의 어린 홍위병들과 인민 대중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상흔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공식적인 사과나 반성을 한 적이 없다. 문화대혁명을 기획하고 이끌었던 마오쩌둥에 대해서는 공과를 명확히 구분하면서 공이 과보다 많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문혁 때 마오쩌둥에 의해 ‘주자파’와 ‘당권파’로 몰려서 국가 주석에서 하루아침에 ‘인민의 적’이 되어, 허난 성 카이펑 시의 한 공장 건물에서 처참한 몰골을 한 ‘무명’의 시체로 발견되었던 류사오치 역시 ‘위대한 혁명가’로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을 고통스럽게 지나왔던 인민 대중에게는 그 어떤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사과와 평가도 생략되었다.

    “나는 일부러 보통 사람들의 경험을 기록했다. 밑바닥 민초들의 진실이 바로 역사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이다.

    “중국이 지난 50년 동안 문혁을 뒤돌아보면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것도 어쩌면 ‘인민’이라는, 생명이 있고 감정이 있고 개성이 있는 실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번역자의 말이다.

    이 책 <백 사람의 십 년>은, 이들 구체적인 ‘인민’의 생명과 감정과 개성을 싣고 있는 구술문학 작품이다. 또한 어떤 ‘관점’이나 ‘입장’에서 문혁을 분석하고 평가하기보다, ‘전체 인류를 해방하기 위해’ 분투했으나 가해자로서든 피해자로서든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렸던, 1960년대 문혁 시기의 ‘독특한 인간 유형’이자 ‘비극적 인간상’에 관한 종합적 기록이다.

    잃어버린 10년, 중국 인민들에게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통틀어 느낄 수 있는 정서는 웃프게도 ‘황당함’ 같은 것이다. 왜 자신이 우파가 되었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1976년 4인방이 잡혔다고 왜 자신이 우파가 아니게 되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자기 문혁이 끝났다며 ‘죄가 없어진’ 사람들은 오히려 10년 동안 자신이 겪었던 비극은 그럼 무엇 때문이었는지 알지 못해 괴로워한다.

    “가끔은 모든 진실이 밝혀졌으면 해요. 모든 걸 명백하게 알고 나면 여한 없이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만 알면 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실을 아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내 추측이 맞는다면 나는 그저 남들 권력투쟁의 희생양이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사람은 한 번밖에 살 수 없는데, 내 인생이라는 게 남들 싸울 때 아무렇게나 더러운 물웅덩이에 던져진 돌멩이와 뭐가 다르겠어요.”

    가해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 책의 번역자가 직접 만난, 문혁 당시 주요 홍위병 대장들은 인터뷰 도중 예외 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통곡을 했다.

    “그 당시 십대에 불과했던 우리에게 누구도 그런 (때리고 부수는 등의 폭력적인) 행위가 패륜적이고 범죄적인 것이라고 말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어른들은 우리를 부추겼고, 우리는 그것이 정말로 위대한 혁명을 하는 일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문혁이 끝난 뒤, 우리는 마오쩌둥의 충실한 어린 혁명가에서 하루아침에 부모와 선생을 고발하고 학대한 패륜아가 되었다…….”

    문화를 혁명하다?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관습과 문화를 일거에 쓸어버리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개조하거나 제거한다는 위로부터의 발상은 가까운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드물지 않다. 문화대혁명뿐이 아니라 종교전쟁, 파시즘, 학살, 인종 청소 등도 이런 발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시작되고 사후에 어떻게 평가되든, 정작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그 문화, 종교, 관습의 일상을 살아온 보통 사람들이기 마련이다. 저자의 말을 빌면 보통 사람들의 세계에서 문화‘혁명’이란 이런 것이다.

    “인간의 약점과 질투, 겁약, 자아, 허영, 나아가 인간 본성의 장점, 용기, 성실함, 진실 등이 모두 동원된 것이 바로 문혁이다. 그것은 내게 정치가 일단 휴머니즘을 벗어나면 사회적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문화대혁명,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사건

    문화대혁명이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10년이라는 기간, 전국적인 동원의 규모, 막대한 피해, 비극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현재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민 대중’들이 문혁의 상처를 안고 실아 가고 있음은 물론이고, 현재 중국의 지도급 인사들 가운데에는 홍위병이었던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충칭 시 당서기로 이름을 날렸던 보시라이는 문혁 때 자신의 아버지 보이보를 공개 비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나 영화감독 장위안 같은 사람들에게 문혁은 늘 기억하고 성찰해야 하는 사건이다. 이 책의 표지에 쓰인 그림을 그린, 세계적인 화가 장샤오강 또한 14살 때 농촌에 하방된 경험이 있으며, 문혁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현재 중국을 이끌고 있는 세대는 문혁 때 ‘혁명의 열정’에 의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던 10대 소년 소녀들이었다.

    현실이 소설 같은, 웃픈 이야기들

    처음 이 원고를 읽었을 때는 실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강의 잘하기로 소문난 선생이 수업 시간에 마오가 혁명기에 적들을 피해 도랑에 숨었다는 무용담을 이야기했다가 마오 주석을 비난했다며 우파로 몰려 8년형을 받고 감옥에 갇혔다. 책의 내용을 인용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까막눈인 그의 부인은 8년 동안 세상의 모든 종이를 주워 사람들에게 읽어 달라고 했지만 찾지 못하다가 집에 쌓아 놓은 종이에 불이 붙어 아들과 함께 죽고 만다. 이 소식을 듣고 화장실에서 목을 맨 남자는 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땅에 떨어졌다가 바닥에서 그 글이 씌어 있는 종이를 발견한다.

    행군을 하다가 마오 주석의 도자기 상을 깨뜨린 ‘반혁명 현행범’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연대장의 기지, 웃지 못해 우파로 몰린 남자 이야기, 아무도 살지 않는 서북 황무지에서 원자폭탄 개발에 열정을 바친 사람들에게 찾아온 문혁의 비극, 마오와 연인이라는 두 숭배의 대상 사이에서 고민했던 지식 청년…… 소설 같은 현실의 웃픈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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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단순하지 않은 고민, 인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홉스가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도살장과 같다고 말했다지만, 폭력과 야만은 종종 종교의 이름으로, 진리의 이름으로, 신념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곤 했다. ‘옳다고 믿는 것’은 무엇일까. 열정은 무엇일까. 그리고 인간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저자는 그러기를 바란다.

    “모든 세대의 사람들은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고, 또 그들을 위해 죽는다. 만일 후대 사람들이 이로 인해 경각심을 갖게 된다면, 우리 세대가 겪었던 고난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큰 불행을 당하기는 했지만 가치 있는 삶을 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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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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