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바람을 공유하라
    [에정칼럼]에너지 자원 빈국을 넘어
        2016년 07월 21일 0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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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자원 빈국’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14년 기준으로 95.2%다. 한국은 사우디와 UAE, 쿠웨이트 등 아랍지역에서 원유를, 카타르와 오만 등에서 LNG를, 호주와 중국 등지에서 유연탄을, 러시아와 캐나다를 통해 핵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을 수입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에너지 자원 빈국이다. 하지만 재생 불가능한 화석에너지가 아닌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애석하게도 2014년 1차에너지 공급 대비 수력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년대비 17.2% 크게 증가한 것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른 1차에너지 기준 2035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11%로, 앞으로 20년 후에도 한국은 에너지자원 빈국으로 남아 있을 예정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에너지자원센터가 추정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은 1,371,675천TOE/년이다. 참고로 2014년 1차에너지 공급량은 282,938천TOE/년이다. 기술적 잠재량은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산출될 수 있는 에너지량을 말한다.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1차에너지 공급량의 4.8배 수준으로, 매년 필요한 에너지 공급량을 충족하고도 많이 남는다는 얘기다. 물론 시장 잠재량이라고 불리는 정의로 다시 추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고, 연구가 진행 중이니 그 결과를 기다려볼 필요는 있겠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이처럼 풍부하다면, 한국은 이제 에너지 자원 빈국이 아니다. 석유나 석탄처럼 고갈되지도 않고,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도 않는 재생가능에너지 자원을 어떻게 개발하고 분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국가의 고유한 의무와 권한을 행사하면 된다. 즉, 재생에너지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햇빛과 바람은 모두의 것이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바람 자원이 풍족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제주도는 1차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는데, 그 양은 2014년 기준 22만291TOE다. 전체 1차에너지 공급량의 약 16% 정도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다. 풍력은 5만2,157TOE로 재생에너지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서는 풍력자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오랜 기간 진행돼 왔다. 그 결과들이 최근 법률과 조례로 시행되고 있다.

    제주

    제주의 가시리풍력발전단지(위)와 행원풍력단지(아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04조(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에 따르면, 도지사는 제주자치도의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여야 하고, 풍력자원의 적정관리와 조사, 풍력발전설비의 사후관리 및 풍력자원의 개발과 이용 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 3조(도지사의 책무)에 따라 도지사는 제주자치도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위한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풍력자원을 활용한 개발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을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 제1조(목적)는 제주자치도의 공공자원인 풍력자원에 따른 개발 이익을 지역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복지 사업 활성화 등에 기여하기 위하여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공공의 자원을 관리하고 개발의 이익을 분배하는 정부의 역할이 법률과 조례로 체계화된 것이다. 물론 풍력자원의 사유화와 이익 공유 방안의 미흡 등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제주의 사례는 이제까지 에너지 자원을 바라보던 육지 사람(육지것들)의 고리타분한 사고에 신선한 바람을 선사하고 있다.

    혹자는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이기 때문에, 풍력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섬이기 때문에 육지와는 조건이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맞기도 하도 틀리기도 하다. 한국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전력계통 측면에서는 섬과 다를 바 없다. 다만 그 규모가 클 뿐이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울릉도 등에서 다양한 에너지자립 실험들이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육지에서도 지역에너지 자립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충청남도를 비롯한 광역지자체부터 안산, 수원, 전주 등 기초지자체에 이르기까지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원 빈국,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하기에는 좁은 국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산업구조 등 현실적이고 방어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이제는 풍족한 재생에너지원을 시민들과 함께 어떻게 활용해 개발할 것인지, 그리고 그 이익을 어떻게 정의롭게 나눌 것인지를 고민하고 시행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주도적인 사고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경제·사회·환경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 바람이 아닌 제주에서 불어오는 공유의 바람을 함께 나누고 싶은 요즘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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