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배치 논란
    정부, 색깔론과 '공안몰이'로 대처?
    보수언론 등 "종북좌파·전문시위꾼" 운운 색깔론
        2016년 07월 18일 1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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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보수언론 등이 경북 성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드 한국 배치 반대 운동에 예상대로 ‘색깔론’을 씌우기 위해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당국은 지난 15일 성주에서 있었던 사드 반대 집회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군민들의 물병, 계랑 세례를 맞는 등 강한 항의에 직면한 사태에 ‘전문 시위꾼’이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에 착수했다.

    보수언론인 <조선일보>도 18일자 ‘시위때마다 등장하던 그들…또 간판 바꿔’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조선>은 51개 각계 단체들이 연대한 ‘사드 한국 배치 반대 전국대책회의(사드반대 대책회의)’를 전문 시위꾼으로 지목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사드반대 대책회의 일부에 법원이 이적단체로 판시한 일부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 일부 단체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나 한미FTA, 광우병 파동,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시위, 세월호 집회 등에도 참여했다고도 주장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조선>의 이 기사에 호응하듯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혁신비상대책위에서 “소위 직업적 전문 시위꾼들의 폭력행위는 엄단해야 한다. 총리에게 계란과 물병을 던지면서 폭력행위를 벌였다”며 “4대강, 제주 해군기지, 한미 FTA 등 국책사업 현장마다 직업적으로 다니면서 폭력을 일삼는 이들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해서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드반대 대책회의의 주요 참여단체인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는 오랜 기간 사드 한국 배치의 문제점 등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비판하며 우려를 밝혀온 단체이다. 예컨대 효용성을 문제 삼을 때에도 사드 한국 배치가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데에 거의 효용성이 없다는 내용의 미 국방부 의회 보고서(1999년)와 한국 국방부 내부 보고서(2013)를 인용해 ‘팩트’에 근거한 주장을 펼쳐왔다. <조선>의 보도처럼 사드 반대 대책회의가 사드 반대 여론에 불이 붙은 것을 틈타 시위에 가담한 조직이 아니라는 뜻이다.

    <조선>은 사드 반대 대책회의가 발족 기자회견에서 “사드 한국 배치가 현실화하면 중국의 무력 공격에 내몰리는 등 총알받이 신세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면서, 지난 북한 노동당의 대남혁명 전위기구인 반제민족민주전선의 주장과 흡사하다는 취지로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군사대응을 예고한다는 점은 사드 반대 대책회의가 처음 제기한 문제도 아니다.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들도 수차례 중‧러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를 우려하는 기사를 수차례 보도했다.

    일례로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지난 8일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게오르기 톨로라야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 결정(사드 배치 결정)은 한-러간 정치·외교적 협력 후퇴, 경제 협력에 대한 악영향 등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시베리아나 극동 지역의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전력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성주

    사진=뉴스민

    공동위원장 중 한 명 발언, 전체처럼 ‘호도’
    김안수 공동위원장 “두려움 분노에 떠는 농민들의 표현…외부세력 없다”
    군의원 “황교안 교과서 읽듯 같은 얘기 반복해, 군민들 항의 거세져”

    <조선>은 이날 자 또 다른 보도에서 ‘성주 사드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이재복 공동위원장이 황교안 총리와 관련한 주민들의 항의를 ‘감금’한 것으로 단정하며, 이에 사과하고 외부인 개인 의혹을 제기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복 공동위원장 외에 다른 위원장들의 반응은 다르다. 우선 황교안 총리가 ‘감금’됐다고 규정하는 것도, 외부인이 개입해 폭력사태가 벌어졌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투쟁위가 독자 투쟁 노선을 선택한 이유도 이러한 외부세력 개입 운운을 통해 성주 군민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본말전도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성주 군민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가 색깔론 등 이념 공세나 정치적 문제로 호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색깔론’ 공세가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반대 운동을 지역적 문제로 고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안수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중에 확인도 해 보고 했는데 대부분이 성주 사람이고 외부세력 하는 것은 처음 듣는 소리”라며 “모인 사람들 대다수 99%가 군민이었기 때문에 외부 세력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소통 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에 주민들이 격앙돼 있었던 것일 뿐 외부인 개입은 없었던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김 공동위원장은 “(당시 황교안 총리에 대한 항의는 외부인 개입 때문이) 전혀 아니다”라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두려움과 분노에 떨고,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 때문에 전부 당황하고 있다. 우리 농업인들이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지 않나. 그래서 그런 자제력이 좀 떨어지고 흥분한 분위기가 그대로 표출된 것 같다”고도 설명했다.

    외부인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 색출 계획에 대해선 “우리가 쓰레기장이나 발전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아주 최첨단 무기체계를 갖다놓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를 폭도로 보면서 강압적인 수사를 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총리를 ‘감금’했다고 규정하는 일부 보도들에 관해서도 김 위원장은 “감금한 것은 절대 아니고 경찰청장도 감금이 아니라고 발표했다”며 “우리가 길을 막고 답을 듣기 위해서 (였다) 총리님이 탄 버스는 사복경찰들이 보호하고 있었고, 그 중간에 국회의원이라든지 군수님이라든지 또 정영길 비대위원장이라든지 총리님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감금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소속 백철현 군의원 또한 같은 날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외부인 개입설에 대해 “잘못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총리께서 교과서 읽듯이 뉴스와 국방부에서 했던 똑같은 말을 우리 군민들한테 얘기할 때 우리 군민들 중에서 참석했던 몇 분이 ‘아는 내용을 왜 그렇게 또 이야기하느냐’ 이렇게 분개하는 바람에 그러한 사태가 벌어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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