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중국은
    사드에 그리 민감할까?
    [중국과 중국인]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의 위기감과 중국
        2016년 07월 13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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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참여 탈퇴”, “조선에 장거리 탄도미사일 제공(판매)”, “중국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제한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한 것”, “최대 수혜자는 북한, 최대 피해자는 한국”

    이상은 중국 네티즌들이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에 쏟아낸 반응들 중의 주된 내용들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군사전문가 중의 한 명인 해군의 인쥬오(尹卓) 소장은 심지어 “전쟁 발발 시 한국의 사드가 첫 타격 목표가 될 수 있다.(中国战时将第一时间打掉韩境内萨德基地)”는 강경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외교문제에서 견지해온 ‘타국의 내정 불간섭’이라는 오래된 관례를 깨면서 동시에 한-중 수교 이래 가장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던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훼손을 무릅쓰면서까지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왔다.

    한국 정부는 사드가 오로지 북한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면 사드의 한국 배치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완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과 호주가 참여한 태평양 방어체계의 확립과 필리핀, 베트남 및 기타 동남아 국가들을 동원한 중국의 남해 활동 봉쇄로 중국은 이미 숨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여기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동북지방까지 탐지가 가능한 미국의 사드미사일 배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자주권 차원과는 또 다른,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의 완성 그 자체일 뿐이다.

    1996년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에 미국이 제7항공모함 전단과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대만해협에 파견한 이후, 중국은 미국의 중국 봉쇄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2013년 사드 레이더의 일본 설치는 중국정부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중국이 이번 한-미의 사드 한국 배치 결정을 미국이 동북아에서 또 다른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건설의 출발점으로, 미국의 중국 봉쇄의 완성으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D-13>이라는 영화가 있다.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영화인데, 소련의 미사일을 쿠바에 설치하려고 하자 미국이 쿠바 해상을 봉쇄하면서 위기가 시작된다. 북한이라는 존재가 더해지긴 했지만 미국, 쿠바, 소련의 입장을 중국, 한국, 미국으로 바꿔 생각해 보면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표출하는 격렬한 반응을 이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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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미사일 위기 때의 미 정찰기와 소련 화물선(위)과 영화 ‘D-13’의 한 장면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국회 질의응답에서 ‘군사주권’을 들먹였는데, 한국이 사드를 사용해야 할 상황은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한국은 전시에는 군대를 통솔할 지휘권이 없다. 결국 사드는 미군에 의한 미국의 동북아 패권유지를 위한 전략적 목적 수행의 수단일 뿐이다. 중국정부가 중국국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이다.

    중국이, 시진핑(习近平)이 북한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정부에, 박근혜에 적극적으로 호의를 표시한 것도 이런 전략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다. 시진핑과 박근혜의 우정과 친분이란 이런 전략적 고려의 외피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실제로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의 핵무장이 미국의 압박에 의한 것인데 왜 중국이 이 문제를 앞장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볼멘소리가 많다.

    국제관계는 주고받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각국이 가진 힘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강대국이 더 많이 받거나 가질 수밖에 없다. ‘동맹’이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고 허울 좋은 수사일 뿐이다. 약소국으로서는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또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대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특히 한반도처럼 강대국들의 이해가 얽혀있는 지역에서는 이런 관계가 더 복잡하고 미묘해진다. 이 때문에 ‘나’보다 ‘상대방’이 더 중요해 진다. 때로는 미국의 입장이, 때로는 중국의 입장이. ‘한국’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필요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전략적 필요성 때문에 북한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데,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미국의 사드미사일 체계를 도입하면서 ‘순수 방어용’이라는 순진한(멍청한) 소리만 반복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늘도 한국의 다수 언론들은 한국정부의 나팔수가 되어 “중국이 한국에 대해 실질적인 경제적 제재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다” “사드는 순수 방어용” 등등의 비현실적인 주장만을 전파하고 있다. 문제를 호도하고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인간사회의 모든 관계는 ‘나’와 ‘상대방’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그리고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나라들이 얽힌 복잡한 관계에서는 더더욱 상대방‘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易地思之(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의 자세가 절실하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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