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배치와
    불안한 지역공동체의 미래
    [기고]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파괴하는 사드
        2016년 07월 12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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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에 대해 후보지로 거론되는 평택 등 지역사회의 시각에서 그 문제점과 대응 방향을 고민하는 글이다. 물론 평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드가 배치될 수 있는 대한민국 모든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앙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자치와 지역 자율성을 고민하면서 저항하고 대안을 만들어갈 때 ‘반대’를 넘어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취지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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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사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평택을 비롯한 후보 지역의 여론도 심각하게 동요하고 있다. 후보지 주민은 “똥(사드 배치)은 중앙정부가 싸고 청소는 지방정부와 주민의 몫이 되어버렸다”며 분노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후보지 주민의 안전과 생명, 지역의 환경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쳐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자파로 인해 주민 건강이 나빠지고, 기지 건설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중․러․북한의 미사일(핵 공격) 표적이 되는 만큼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고, 산업단지와 주택단지의 이전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 지출도 불가피하다. 물론 지역의 지속가능한 장기 종합계획도 블랙아웃이 될 수 있다.

    사드 배치 지역이 최종 선정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주한미군과 정부의 일방적 선정 통보는 지역민의 반발과 저항으로 이어지고 지역사회는 두 개의 극단적인 대립 전선(찬성/반대)이 형성되어 이웃공동체는 파괴될 것이다.

    정부의 주민 갈등 조장(사드 배치 찬성 관변 단체 조직) → 정부와 언론의 여론 조작(님비 선동, 빨갱이 소동) → 공동체 성원 간 미움과 분노의 증폭 → 찬성과 반대 시위 → 반대 시위에 대한 공권력 투입 → 대량 연행과 구속이라는 사이클이 무한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안(사드 배치)의 특성상 갈등의 파장은 평택기지 확장 반대 운동을 능가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935일간의 대추리 투쟁 당시 약 500억 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소요됐다면 사드 배치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은 그보다 두 배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안 자체가 가진 반대의 확장성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천문학적 갈등 비용보다 지역사회 신뢰와 협동의 공동체가 파괴된다는 데 있다.

    사드 대책위

    사드 반대 전국 대책회의 결성 회견 모습

    지역성과 자율성의 재정립 필요

    사드 배치로 인한 지역사회 긴장과 갈등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와 중앙정치의 무능력함과 무책임성에 있다(외교, 국방 등). 따라서 지역 차원에서는 중앙정치의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는 방향에서 사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여는 새로운 질서는 지속가능한 환경․경제․사회정책 시스템을 지방화 분권화하고, 지속가능한 생활양식과 살림을 정착 발전시킬 때 가능하다. 또 참여와 책임성이 조화를 이루는 자치공동체의 핵심은 지역적 자율성이다. 지역성(Locality)은 권한 이양, 분권, 보충성의 원칙과 연계된다. 지역성과 자율성은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지혜와 힘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고령화, 실업, 도시재생, 환경․에너지, 다문화, 미군기지 등 우리 지역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사드 배치라는 중앙정부의 일방적 방침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지역성과 배치된다. 기존의 통치관념에서는 지역 주민의 이해는 사익이고 정부 정책은 공익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중앙정부는 더 많은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고, 가치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전문 관료들이 정책을 집행한다는 점을 정당화의 논거로 삼는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이 곧 공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주민참여 없이 이루어진 정부의 결정이 공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 관료의 정책 결정이 모두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선험적으로 판단할 이유도 전혀 없다. 그러기에 일방적으로 결정된 정부 정책에 대한 주민 반발은 지방자치의 발전과정, 즉 민주주의 정상적이고 정당한 발전과정이라 할 수 있다.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 혹은 안전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주장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와 헌법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다.

    로컬거버넌스 시스템 구축

    한편 사드 배치 반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단합된 힘이 결집하는 한편, 사드 문제를 비롯해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합의할 로컬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시민단체 중심의 대책위가 만들어졌지만, 이것만으로는 사드 배치를 막아 낼 수 없다. 그리고 갈등과 상처를 치유할 수도 없다.

    앞서 언급한 지역사회 갈등을 예방하고 불필요한 사상 논쟁,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지역연대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주장’형 NGO의 역할 못지않게 CBO(지역 공동체 기반을 둔 자발적 결사체), 지자체, 중간 지대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드 배치 반대는 지역사회 구성원의 이해와 요구, 다양성, 차이를 존중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반대는 반미 운동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미래비전 구축과 동시에 이루어질 때 큰 의미와 확장성을 갖는다. 허울뿐인 국익 논리를 비판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협력의 시민문화 조성, 환경․안전(인간)․성장이라는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발전 전망을 제시할 때 사드 반대운동은 주민운동으로서 더 큰 확장력을 가질 수 있다.

    지역사회 구성원의 파트너링 장벽 점검과 성찰

    또한 사드 배치 반대운동은 반대를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비전과 로컬 거버넌스 구축의 새로운 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상과 정견의 차이를 강조하는 ‘적과 아’의 관점이 아닌 다른 방식의 생활운동이 필요하다. 살아온 삶과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지방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과 실천을 모색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과정은 가르고 분리하는 게 아니라 합하고 통하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도 시민사회와의 협상 통로를 더 확대하고 다 부문, 다차원적 거버넌스(협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드 배치 거부를 계기로 자치공동체, 녹색경제공동체, 미래공동체, 순환과 재생이 가능한 생명공동체, 이웃공동체를 향한 협력과 협동의 지역 문화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물론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과 가동에 앞서 상호 이해와 약속이 전제되어야 한다. 서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평등, 투명성, 상호 이익이 필수적인 가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드 배치를 계기로 평택의 파트너링 장벽 확인, 파트너십 형성과 파트너십 확보, 파트너링 프로세스의 관리, 파트너십 유지하기에 대한 진지한 자기 점검과 성찰,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이는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시민사회의 다양한 그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필자소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전임대우 강의교수,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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