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리산 케이블카’ 논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2016년 07월 12일 09: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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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환경부라는 단체(?)가 있다. 교육부가 개, 돼지를 사육하는 곳임이 이제 만천하에 드러났듯이, 환경부는 환경을 훼손하고 개발하는 최일선의 돌격대임도 곧 드러날 듯하다.

2010년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설악산국립공원 등의 자연보존지구 안에도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보존지구 안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로 완화하고, 공원지역 외에 설치될 수 있는 공원시설에 케이블카를 추가하고,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 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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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환경부는 2011년에 ‘자연공원 케이블카 설치와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정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 중요한 생태․경관자원과 전통사찰 등 문화자원은 최대한 보전
-. 주요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되, 주요 봉우리는 피함
-. 왕복이용을 전제로 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함
-. 원생림, 극상림, 아고산․고산대에 서식·분포하는 고유한 식생 중 생물다양성 및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군락은 피함
-.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법적 보호종의 주요 서식처․산란처 및 분포지는 피함

환경부는 2011년 12월 21일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 선정절차’를 확정하여 지리산국립공원 4곳(남원, 함양, 산청, 구례), 설악산국립공원 1곳(양양), 월출산국립공원 1곳(영암), 한려해상국립공원 1곳(사천)을 대상으로, 2012년 3월 23일까지 최종보완서류를 제출받은 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검토, 민간전문위원들의 검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2012년 6월 말까지 시범사업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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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지리산을 둘러싼 각 지자체에선 주민 세금 몇천만 원에서 몇억원씩 들여 케이블카 용역보고서를 만들고, 환경부에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한다. 경상남도의 산청군과 함양군, 전라남도의 구례군, 전라북도의 남원시, 이렇게 4개의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이 신청되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각 지자체의 사업신청에 대해 경제성, 공익성, 환경성이 부족하다는 근거로 4개 지자체의 사업 모두를 반려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덧붙인다. 지리산을 둘러싼 각 지자체가 합의하여 1군데를 지정해서 신청하면 재검토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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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2015년 8월 28일, 국립공원 설악산의 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조건부 통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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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의 승인은,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을 환경부가 스스로 어긴 것이다. 양양군이 추진하려는 설악산 케이블카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1급인 산양의 주요 서식처이다.

또한, 상부 승강장에서 대청봉까지는 불과 1.4km(도보로 30분)가 떨어져있다. 케이블카 설치가 되면 정상부 탐방로와 연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번 노선에서 양양군은 ‘기존탐방로 연계 회피’란 표현과 함께 ‘등산객의 삭도 하행 탑승 허용’을 말하고 있다. 대청봉과 상부승강장이 연결되어 탐방로 훼손, 이용객 집중 등이 우려되어 가이드라인에서 금하고 있는 사항을 양양군은 대놓고 상류승강장과 탐방로를 연결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케이블카가 지나갈 설악산국립공원 일대는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등 5개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환경부는 스스로의 가이드라인을 어기면서, 설악산 케이블카를 허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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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살의 과녁은 지리산으로 향하고 있다.

2016년 5월 31일, 홍준표씨가 수장으로 있는 경상남도가 환경부에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다.

함양군 칠선계곡과 산청군 중산리 잇는 사업 노선는 총연장 10.6Km로써 세계 최장의 케이블카이다. 백두대간이자 지리산 주능선을 넘어갈 뿐 아니라, 케이블카 노선 일대는 생물다양성과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군락과 멸종위기 종의 터전이다. 신갈나무와 구상나무 군락 등의 극 상림이 존재하고,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며, 주요 법정 보호종의 서식지와 산란처가 형성되어 있는 원시생태의 공간이다.

이에 대한 환경부의 답변은 36일 만에 나왔다.

2016년 7월 6일, 환경부는 경상남도가 제출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신청서’를 반려한다. 환경부는 경상남도의 계획에 대해 ‘자연공원 삭도 가이드라인을 위반하고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을 통과’하므로 반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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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상남도의 10억짜리 케이블카 프로젝트는 공수표가 되어 주민세금 10억만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뒤이어 전라남도의 구례군이 케이블카를 준비하고 있고, 전라북도의 남원시가 케이블카를 할까? 산악철도를 할까? 하는 꼼수가 기다리고 있다.

지리산을 노래한 이원규 시인의 시가 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그래, 그렇다. 사람들은 지리산이 국립공원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 국립공원을 공원으로 착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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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대구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지리산에 살고 있는 초보 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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