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제 물량팀장 자살
    하청노동자 블랙리스트 의혹 확산
        2016년 07월 11일 03: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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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물량팀장인 김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물량팀은 원청인 대우조선의 1차 하청업체에서 재하청을 받은 후 작업 기간이 끝나면 각자 흩어지는 팀 단위 비정규직이다.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대책위) 등 노동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8분경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1도크 동편 작업장에서 김 씨가 목을 맨 채 사망한 것을 동료 등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 조사 후 김 씨의 시신은 대우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김 씨가 전날 밤 작업장에 들어와 목을 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업이 없는 10일 김 씨의 회사 출입 기록이 남아 있다.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책위는 김 씨의 자살이 하청노동자에 대한 대형조선소의 블랙리스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 씨는 대우조선 사내하청업체인 (주)삼원에서 물량팀장으로 일했으나 임금이 체불된 상태에서 지난 5월 13일 폐업 통보를 받았다. 삼원 소속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해결 및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원을 인수한 업체 대표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관리자는 체불임금의 70%만 받고 고용을 유지할지, 체불임금 100%를 받고 퇴사할지에 선택하라고 제안했다. 이에 김 씨를 포함한 25명의 노동자들이 체불임금 100%를 받고 대우조선해양을 나갔다.

    대우조선해양을 나온 일부 노동자들은 삼성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 입사지원을 했고 서류가 통과돼 신체검사까지 마친 상태였으나 입사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후 대책위 등은 체불임금 100%를 받는 등 회사에 항의한 노동자들에 한해서 다른 조선소 취업도 어렵게 하는 ‘블랙리스트’가 있고 이를 원청인 대형조선사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요구한 노동자를 취업 불가 대상자에 올린 것이다. 대책위는 김 씨도 이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이후 한 달 동안 어느 조선소에서도 취업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 6월 14일 대우조선 사내하처업체 성산기업 물량팀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대책위가 확보한 복수의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취업 후 일주일 정도 후에 대우조선에서 성산기업 대표에게 블랙리스트에 오른 자를 취업시킨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퇴사시킬 것을 요구했다. 성산기업 대표가 이를 거부하기는 했으나 김 씨는 대우조선에서 한 달도 채 일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책위는 “노동자 체불임금 100%를 다 받겠다고 하면 회사에서 쫓겨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하청노동자의 현실”이라며 “‘하청노동자 블랙리스트’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조선소에서 관행화 된 하청노동자 블랙리스트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들은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1차 해고 대상에 올라 이미 대량해고가 감행되고 있으나, 물량팀 특성상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가 대부분이라 구조조정 바람 앞에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조선업종 내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체계는 물론 이들에 대한 사전적 구제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구조조정의 시급성만 강조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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