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한상균 5년 선고
    경찰 불법엔 모두 '면죄부'
    "민주․인권․노동 짓밟은 공안판결"
        2016년 07월 04일 06:1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형 8년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심담 부장판사)는 4일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재판에서 ▲불법적 차벽 설치 ▲살수차 운영지침 위반 ▲경찰버스 사용의 적법성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금지통고 부적합성 등 한상균 위원장의 무죄를 주장했던 변호인 측의 의견을 모두 배척하며 한 위원장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버스를 밧줄로 당기는 등의 행위를 한 일부 시위대의 폭력성을 지적하며 “민중총궐기 당시 폭력적인 양상이 심각했다”며 “한 위원장이 불법지위를 선동하는 등 책임이 인정된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판1

    재판 후 규탄 기자회견 모습(사진=유하라)

    재4

    사진=곽노충

    이날 재판의 주요 쟁점은 지난 해 민중총궐기 집회에 있었던 경찰의 진압 행위의 적법성 여부였다. 재판부는 경찰의 사전 차벽 설치, 경찰버스 개조 등 집 모두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봤고, 또한 물대포 직사 살수도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차벽 설치와 관련해 재판부는 설치 목적, 당시 상황, 설치 시기, 설치·운용 방법 등을 고려해 차벽을 설치한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은 경력과 시위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 시위대의 진행을 제지하는 수단으로 경찰버스와 차벽트럭 등을 이용하여 차벽을 설치했다”며 “또 경찰은 시위대의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가 종료된 지점에서는 신속하게 차벽을 해체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경찰버스 바퀴를 실리콘으로 고정하고 차체에 콩기름을 바르는 등의 경찰버스 불법 개조했다고 하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사실은 인정이 된다”면서도 “시위대 물리력 행사로 경찰 버스가 끌려 나가 차단벽으로 기능을 하지 못할까봐 한 (경찰의) 방지 수단으로 보인다. 이런 행위가 시위대나 다른 시민의 생명에 위해를 끼친 것이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경찰 물대포 직사 살수까지 적법 판결

    집회 당일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로 인해 집회 참가자 다수가 다치고 백남기 농민은 아직까지도 뇌사 상태다.

    재판부는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에 대해선 “경찰을 향해 보도블럭을 던지는 등 시위대의 행위는 살수차 운영 지침에 따른 직사 살수 허용 요건에 해당한다”고 했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뇌사상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선 “살수차 운영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직사살수 하는 경우 가슴 이하를 겨냥해야 함에도 백남기의 머리에 직사 살수해 바닥으로 쓰러져 뇌진탕 입게 했고 쓰러진 이후에도 직사살수를 계속 했다. 또 부상을 입고 응급차량 옮겨지는 시위 참가자와 응급차에도 직사살수를 한 점은 인정된다. 의도적인 것이든 아니든 위법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그러나 경찰의 백남기에 대한 시위 진압행위가 위법하다고 해 집회 당일 살수차 운영 공무집행 전체가 위법하다고 할 순 없다”고 판결했다.

    한상균

    재판정의 한상균 위원장

    경찰 불법은 “이유 있다”… 민주노총 행동은 “다 불법이다”

    재판부는 경찰의 집회 시위 금지통고가 위법했다는 변호인의 의견 또한 배척했다. 집회 시위 금지통고는 경찰의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함에도 이동방법 제한 등 집회 허용 수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거나 집회 주최단체에 협의·조정 없이 바로 금지통고부터 했다는 것이 변호인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민주노총의 이 사건 옥외집회 신고가 있은 뒤에 교통 소통과 관련하여 민주노총과, 집회‧시위의 장소, 시간, 행진인원, 행진로 등의 변경이나 제한을 협의하거나 권유하는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금지통고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노총이 집회 신고를 집회 예정일인 이틀 전에야 신고를 해 경찰 측에 사전 협의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고, 집회 장소 일부 허용하겠다는 경찰의 제안을 민주노총이 거절했으며, 이를 근거로 경찰 측이 집회와 관련해 협의를 권유했더라도 민주노총이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에 가한 진압행위에 대해선 문제점을 인정하되 그 사유가 있었다고 판결하는 반면 재판부가 집회 주최자라고 본 한상균 위원장과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의 행위에 대해선 모두 위법하다고 본 셈이다.

    예상보다 높은 형량에 법정은 술렁였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재판 직후 법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에 굴복한 공안판결”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사법부 마저 청와대의 손바닥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오늘 판결은 정권을 우러러 민주와 인권, 노동을 짓밟는 판결로 기록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 위원장의 구속으로 위원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은 재판 결과에 끝내 눈물을 보였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유죄가 나올 것을 예상하긴 했지만 5년 형은 정말 아니다. 분노의 마음이 든다”며 “오늘의 정치적인 선고와 구형은 인정할 수 없다. 어떠한 탄압이 와도 예정된 1차 총파업, 민중총궐기로 독재권력에 저항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균 위원장은 재판정에서 “7월 총파업 총력투쟁 조직에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8월 정책대대에서 반격을 결의합시다. 투쟁”이라고 재판을 방청하러 온 사람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