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보도 통제 파문
    청와대‧여당 "통상 업무"
    이정현, '사과'에서 '역할에 충실'로 입장 180도 바꿔
        2016년 07월 01일 07: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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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의 언론통제 파문과 관련, 정부여당이 공식 사과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전 수석이 김시곤 KBS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 직후 해경 비판 보도 자제를 압박한 직접적 증거인 녹취록이 30일 공개되자, 이 전 수석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평소 교분을 나누는 사이다 보니 통화가 지나쳤다. 부덕한 나의 불찰”이라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일 이 전 수석은 “홍보수석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부덕한 나의 불찰’이라며 자세를 낮췄다가 돌연 이날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이 전 수석은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언론사에 협조를 구하고 국가 위기나 위난 상황에서 언론과의 협조를 통해 그런 걸 함께 극복하려는 게 홍보수석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거기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이 전 수석은 “여러분도 언론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이 분명히 있는데 다른 사실을 내보내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긴다”며 “그러면 국민이 다른 내용을 알게 되고,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정부기관의 (발표) 내용이 잘못된 데 대해 얘기를 해야 한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느냐”고 말했다.

    2014년 4월 30일 당시 국방부가 해경에서 해군의 잠수를 막았다고 발표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는데, KBS 9시 뉴스에는 정정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김시곤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정요청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30일 통화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바로잡기 위한 정정요청이라 치더라도, 21일 세월호 승객 구조에 실패한 해경에 대한 비판 보도에 대해 “이런 식으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그렇게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 하는 게 맞느냐”며 김 전 국장을 매섭게 몰아붙이는 부분은 이 전 수석의 설명만으론 납득이 되지 않는다.

    새누리당도 이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 전 수석과 일치된 주장을 펼쳤다. KBS 앵커 출신이자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은 “1분1초가 긴급한 상황에서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보도되니, 해경을 질책하려면 나중에 하자는 취지로 전화한 것인데 이를 두고 보도개입, 보도통제라고 주장한다”며 “본연의 업무수행을 했다는 점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운영위에 출석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또한 이정현 전 수석 등 청와대의 언론통제와 관련된 질의에 “홍보수석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협조(요청)을 했던 것 아닌가라고 추측한다”라며 “홍보수석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더민주, 청와대 언론통제 청문회 추진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의 언론통제 파문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공정언론특별위원회, 민주주의회복TF,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화 녹취록과 함께,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부당한 해고 관련 녹취록 등을 포함, 그간 박근혜 정권이 자행했던 공영방송 길들이기 시도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기 위해 소관 상임위(미방위) 청문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영방송을 길들여 정권의 호위무사로 만들려는 끊임없는 시도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보다, 대통령의 심기 보전과 정권의 안위가 더 중요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원종 실장 등이 이번 녹취론 파문에 대해 ‘통상적 업무’라고 한 것을 언급하며 “상황이 이러한데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직 대통령, 오직 정권, 오직 보수세력의 안위에 혈안이 되어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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