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배치와 한미동맹,
    김종대 의원의 시각에 대한 우려
    [인터뷰] 고영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 ①
        2016년 06월 30일 10: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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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로 인해, 다시 한국에서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혹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가 중국용이냐 북한용이냐는 논점에서부터, 한미동맹과 한미일 동맹의 문제, 나아가서는 북핵과 평화협정 등으로 의제가 확장되고 있다. 이 문제는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과 동북아 정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의제들과 관련하여 진보정당 최초의 국방전문가 출신이라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과 레디앙은 인터뷰를 한 바 있다.(링크) 하지만 이 의제들이 갖는 중요성에 비해 관심과 논의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김종대 의원의 사드 인식과 한미동맹, 남북관계와 국방개혁 입장에 대해 강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 고영대 대표와 긴 시간 인터뷰를 가졌다. 김종대 의원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정의당이라는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의 평화, 통일, 한미동맹에 대한 입장의 문제이기에 심각함을 느낀다는 게 고 대표의 의견이었다. 이에 레디앙은 고영대 대표와의 인터뷰를 1부 사드와 한미동맹, 2부 평화협정과 국방개혁으로 나눠 게재한다. 다소 긴 인터뷰 내용이지만 일독을 권한다. 내용에 대한 이견과 반론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인터뷰 녹취와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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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정종권=민주노동당부터 진보정당 해오다보면 평화, 통일 등 국제문제에 대한 기본기와 깊은 인식을 가진 사람, 특히 정치인 중에서 그런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한미동맹, MD와 사드, 국방개혁 등에 대한 정책적 준비가 미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런 의제들을 NL적 의제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김종대 의원(이하 김종대)이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등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이유도 이런 의제에 준비가 된 희소성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김종대 의원의 경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부터 참여를 해온 사람이기에 진보진영의 인식과 시각과는 일정한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평화, 군축, 국방 의제에 대해서는 대중적인 설득력과 의제 개입력을 보여주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평통사는 김종대 의원의 인식에 대해 상당히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서부터 얘기를 시작해보자

    고영대-평통사에서 (사드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해 잘못된 근거와 주장을 펴는 김종대 의원에게) 전화도 하고 직접 만나서 그의 잘못된 근거와 주장을 비판한 글을 주면서 시정을 요구했다. 그런데 김종대 의원이 딱 한 가지, 정말 부정할 수 없는 것만 인정하고 나머진 다 피해가더라. 이에 평통사는 5월 31일까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우리가 제시한 날짜에 사드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하자고 제안해 왔다. 그래서 사드 문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지를 물었다. 우리는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밝히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랬더니 간담회가 필요 없다고 하더라. 만약 우리의 비판이 잘못되었다면 우리를 설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평통사가 그의 주장을 비판하는 글을 한겨레신문에 기고했다고 하니 간담회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짓은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하지 않는 행태다. 오히려 그들은 명백해진 잘못은 서둘러서 인정한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간에. 그것이 국민들이 뽑아준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인데 어떻게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 의원이 그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느냐 안타깝다.

    그래서 간담회 제안 날짜 이후에 사드 배치 관련 김종대 의원의 잘못된 주장을 비판한 글이 한겨레신문에 실렸다.(링크) 간담회 제안 이전에 한겨레신문에 기고했는데, 김종대 의원이 진솔하게 반성하면 기고를 철회할 생각도 했었다. 처음부터 김종대 의원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는 것으로 한겨레신문 편집팀이 동의했다. 사드에 관한 오해와 진실, 김종대 주장에 대한 비판을 제목으로 뽑았다. 그러나 편집팀이 상황 변화를 이유로 김종대 의원의 주장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지 않게 됨으로써 비판 내용이 많이 빠지고 그 강도도 희석되었다. 필자로서는 마사지를 당한 느낌이다.(웃음) 그러나 MD나 사드에 관한 내용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엉터리 주장을 해 왔구나 하는 것을 최소한은 알 수 있는 글이다.

    정=김종대 의원과 서재정 교수 등은 그 군사문제나 평화군축 분야에서는 전문가로서의 권위가 있는 사람들이지 않나.

    고-서재정 교수는 10년 이전부터 몇 년 동안 가까이서 함께 연구를 했었고, 김종대 의원은 원래 평통사 출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천지역 평통사를 후원해 주었다. 개인적 관계로 보자면 김종대 의원을 비판적으로 몰아세울 관계는 아니다. 그런데 잘못된 내용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거나 사드 반대 운동에 김 빼는 소리를 하고, 결과적으로 한미 당국의 입장을 거들어주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지적하고 그가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의원을 만나 답변 시한을 5월 31일로 제시한 것은 개원이 되어서도 그가 잘못된 주장을 계속 하게 되면 이전보다도 부정적 파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리의 판단이 있었다. 또한 상반기 말이나 10월에 사드 배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고려했다. 지역마다 사드 대책위가 만들어지고 있고 전국 차원의 공대위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인데도 그가 계속 잘못된 주장을 하게 되면 사드 한국 배치 저지 운동에 혼선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5월 31일까지 입장 표명을 요구했는데 끝내 안하더라.

    김종대 의원이 안보와 관련해서 종북으로 몰리는 것에 대한 극도로 경계하는 등 부담감이 큰 거 같다.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화하기로 한 2월 설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사드 반대 플랜카드를 만들어 시내에 게재하자는 의견을 모으고 정의당에도 이를 요구했는데 김종대가 “잘못하면 종북 프레임에 말려든다”며 반대해서 정의당이 플랜카드 게재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정의당은 사드 반대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 그저 “한미 간의 협상 내용을 공개해라”는 정도다. 오히려 더민주는 사드 반대 입장이지 않나. 더민주만도 못한 게 사실이다. 다른 안보 사안에 대해서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 정의당이 안보 분야에 있어서 진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정=비례대표 경선할 때 당시 김종대 후보의 슬로건 중 하나가 “정의당의 사드가 되겠다”는 거였다.

    고-맞다. 시사저널에서도 그렇게 인터뷰했더라.(링크) 그것은 사드의 효용성을 인정하는 거고, 사드 도입의 긍정성을 말하는 거다. 사드의 효용성을 부정하고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면 사드를 가지고 정의당을 지킨다는 말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사드

    사드 발사 장면(사진=록히드 마틴)

    사드 한국 배치, 북한용인가? 중국용인가?

    정=서재정 박사나 김종대 의원이 사드와 관련한 어떤 주장이 잘못되었으며, 그 근거는 무엇이며, 왜 그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건가.

    고-MD 체계나 사드 등 MD 무기체계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어서다. 미국 MDA(미사일방어국)에서 나온 평문 자료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을, 그것조차도 보지 않고 주장을 하는 데서 비롯된 거다. 사드 체계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공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없다. 텍사스에 몇 기가 배치돼 있는데 ICBM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서재정 박사는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의도에 대해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ICBM을 부스트 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미국은 아직까지 탄도미사일을 부스트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한국 배치 사드로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ICBM을 요격하기에는 고도, 속도, 사거리가 다 맞지 않는다. 북한이 서재정 선생 말대로 미국을 겨냥한 ICBM을 이른바 남극 궤도로 발사하더라도 남한에 배치된 사드로 이를 요격할 수 없다. 이런 MD 무기체계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이 자기 논지를 전개하다보니 틀릴 수밖에 없다.

    정=그런데 사드가 대북용이라는 주장은 한미 당국의 논리이지 않나. 북한에서 발사하는 핵․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선 현재 방어체계로는 어렵고 사드가 필요하다고 미국이 설명하고 있고 그것을 한국 정부가 수용하고 있는데, 이를 100% 인정하는 논리라는 건가.

    고-아니다. 그들이 남한을 공격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사드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한다면 사거리 120~160Km, 300Km, 500Km의 단거리 미사일을 주로 활용할 것이다. 노동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Km 이상으로 일본과 오키나와 겨냥한다. 무수단은 사거리가 3000~4000Km로 괌 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것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라고 해서 사거리가 최대 10,000Km 넘어서는 거다. 이 중 사드의 요격 대상은 주로 노동이나 무수단 같은 준중거리, 중거리 미사일을 종말단계 고고도(40~150Km)에서 요격하기 위한 개발된 체계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대로 서재정은 부스트 단계에서 사드로 남극 궤도를 돌아 미국으로 향하는 ICBM을 요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주장을 한 것과 함께 김종대와 서재정은 미국이 사드를 생산해서 텍사스 육군 기지에다 갖다 놓고 실전 배치를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 사드로 미국을 겨냥한 북한과 중국의 ICBM을 종말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마하 8~9의 속도를 갖는 사드 요격미사일로 마하 20 이상으로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ICBM을 요격할 수 없다. 이런 기본 내용을 모르니 김종대가 한 팟 캐스트에 출연해서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다면) 텍사스에 있는 거 하는데 미국이 자기 본토 방어를 포기하고 자기네 미사일을 빼준다? 그건 상상하기 어렵다.”는 엉터리 주장을 했다.

    정=사드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 중 하나가 남한을 겨냥한 북한 탄도미사일 등을 보다 높은 고도에서 요격해 보다 넓은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한미 당국의 주장 아닌가.

    고-한국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적어도, 수도권에 있어선 전혀 사드로 요격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국방부도 내부 문건(2013년)에서도 밝히고 있으며, 진성준 전 의원이 이를 입수해 폭로한 바 있다.

    정=그렇다면 미국이나 한국 정부는 한국 사드 배치 필요성을 뭐라고 주장하고 있는 건가.

    고-북한이 남한을 향해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을 쐈을 때 고도 40~150Km 사이에서 사드로 요격을 하고 실패하면 패트리어트로 고도 15Km~20Km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요격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종말 상층(사드)과 하층(패트리어트)에서 다층 방어를 구축하기 위해 사드 한국 배치가 필요하다는 게 한미 당국의 주장이다. 특히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을 발사각을 높여 발사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고도에서 요격하려면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정=여기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어떤 입장인가.

    고-이에 대한 김종대의 직접적인 주장은 거의 없는 것같다. 김종대는 주로 사드가 개발이 제대로 안 된 체계기 때문에 그 능력이 검증이 된 후에나 도입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거나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의지도 능력도 없고 박근혜 정권도 중국을 의식해 배치할 의지가 없으니 사드 배치 반대 운동 할 것도 없이 갖다 놓으라고 해도 된다고 호기를 부렸다. 서재정도 한미 당국의 다층방어 주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한 것을 보지 못했다.

    정=사드 한국 배치가 남한 방어용이라는 게 한미 당국의 주장인데, 사드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실제 요격 능력이나 효용성이 매우 낮다는 주장이 있는데.

    고=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중에서 국방부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수도권 공격용인 사거리 160Km 미만인 KN-02 탄도미사일인데, 이것은 정점 고도가 40Km 아래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요격고도가 40Km~150Km인 사드로 요격할 수 없다. 사거리 300Km인 스커드 B는 고도가 90Km까지 올라가지만 발사 각도를 낮춰 사거리를 줄이거나 사드 요격 고도와 요격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주지 않고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중에서 사드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사거리가 500Km인 스커드 C다. 이것은 정상 발사 각도로 쐈을 때 정점 고도가 150Km까지 올라가니까 사드 요격 대상이 된다. 그런데 스커드 C도 사드의 요격 고도와 시간 안에 드는 비행시간이 짧아 사드의 실효성이 매우 낮다. 또한 고도를 낮춰서 발사하거나 사드 배치 지역을 피하는 회피 기동도 가능하다. 이에 1999년 미 국회 제출 국방부 보고서도 한반도에서 사드 효용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드는 본디 사거리가 1,000~5,500Km인 준중거리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정=고 대표 주장은 한국 배치 사드가 일본, 오키나와, 괌 등을 겨냥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는 효용성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고-아니다. 일본이나 오키나와를 향해 날아가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한국에 배치된 사드로 요격할 수 없다. 일본이나 오키나와로 날아가는 것은 사거리가 1000Km만 되더라도 고도가 300Km까지 올라간다. 그러니까 사드의 요격을 범위를 벗어나 요격할 수가 없다. 다만 한중, 미중 간 유사시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을 공격하는 중국의 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효용성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드 한국 배치는 요격용으로보다는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장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사드 레이더로 조기에 추적, 탐지해 그 정보를 미일에 제공하기 위한 데 사드 한국 배치의 핵심 의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고1

    고영대 평통사 대표(사진=유하라)

    사드 핵심은 북한 미사일 요격이 아니라 중국 탐지 ‘레이더’ 기능에 있어

    정=두 번째 논점이다. 고 대표가 볼 때 한미 당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실제적 배경과 이유는 요격용이라기보다 사드 레이더의 효용성이 중요한 것이고, 이 레이더도 결국은 한국으로 오는 것에 대한 탐지 기능이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으로 가는 미사일에 대한 1차 탐지 기능을 한다는 것인가? 결국 한국 방어용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정보 수집 기능을 한국이 대신해 준다는 것인가.

    고-그렇다. 이미 일본엔 2기의 사드 레이더가 배치돼 있다. 하나는 샤리키에 2006년, 다른 하나는 교카미사키 해안에 2014년에 배치됐다. “그것들이 있기 때문에 굳이 한반도에 하나 더 배치한다고 해서 일본의 2개보다 대중국 견제에서 효용성이 더 있는 것이 아닌데 왜 한반도에 배치하겠나, 그래서 한국 사드는 중국용이 아니라 북한용”이라고 하는 것이 서재정의 주장이다. 일본과 거리 차이가 800Km 밖에 나지 않는데 중국 견제를 위해 굳이 한국에 하나 더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동북아 지형 속에서 MD 작전상 사드 한국 배치가 갖는 군사적 중요성과 MD 작전의 기본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나온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때도 미국은 한국에 사드 ‘레이더’만 배치하려고 했다. 백령도에 배치하려고 했는데 미국이 한국 배치하는 것과 일본에 배치하는 것과 그 효용성에서 차이가 없다면 한국민들과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겠나. 사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는 것은 중국 ICBM이 미국을 공격할 때 그 발사 단계부터 탐지, 추적하기 위해서다. 물론 일본 사드 레이더로도 중국 ICBM을 발사단계부터 탐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드 레이더는 미국 MD 체계에서 개발한 어떤 지상 조기경보 레이더보다도 식별 능력이 뛰어나다.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별해내는 식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 배치 사드 레이더의 차이는 한국에 사드 레이더를 배치를 해서 중국 ICBM을 조기 탐지, 추적하게 되면 비행궤도에 따라 가짜 탄두 전개 이전과 전개, 전개 이후의 비행속도의 미묘한 차이나 탄두의 온도 차이 등을 감지해 냄으로써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별해 낸다고 한다. 미국 MD의 최대 취약점 중 하나가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별해내지 못하는 건데, 이걸 해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사드 레이더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한국에 조금이라도 더 전진 배치하려고 하는 이유의 하나다.

    결국 식별 능력이 뛰어난 사드 레이더를 한국에 전진 배치해서 보다 빨리 중국 ICBM에 대한 조기경보를 획득해서 중국 ICBM에 대한 요격 기회와 확률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 . ICBM이 미국까지 도달하는 데 25분 내지 30분 정도가 걸린다. 만약 조기경보 획득이 가능하면 이 ICBM을 알래스카에 도달하기 전에 홋카이도나 북극 상공에서 한두 번 더 요격한다든지 해서 요격 기회를 더 늘릴 수 있는 거다. 특히 사드 레이더는 그 식별 능력이 뛰어나 보다 정확한 요격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요격 기회만 늘이는 게 아니라 요격 확률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정=그럼 왜 한미 당국은 사드 레이더만을 배치하려던 이명박 정부 때와 달리 사드 요격미사일을 포함한 체계 전체를 배치하려고 하는 건가.

    고-만약에 중국을 겨냥해서 사드 레이더를 (백령도에) 배치하면 한국 배치 사드가 중국용이 아니라는 한미 당국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되고 중국에도 배치 명분(대북용)을 댈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도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사드 레이더의 배치를 수용하지 못한 거다. 그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거다. 뼛속까지 친미라고 했던 이명박조차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사드가 (중국용이 아니라) 북한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사드 체계 전체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한국 배치 사드는 미-중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

    정=남한 방어용으로는 효용성이 없다. 그런데도 사드 한국 배치를 추진하는 건 사드 레이더의 탐지 능력 때문인데, 이는 한국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일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반대하는 거다. 그런데 김종대 의원의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입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가. 사드 배치 담론 자체를 총선용으로 치부하면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 안할 거다, 이런 주장이 문제라고 보나?

    고-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김종대 의원의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사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했을 때 중국의 대미 핵억지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드 한국 배치로 이른바 미중 간 전략안정이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을, 김종대 의원은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겨레신문(2016. 2. 26)(링크)에 “ … 사드 요격체계 하나 배치한다고 해서 미중 간 전략안정이 무너질 것도 아닌데…” 라고 쓰면서 중국 군부가 국방예산을 늘리려는 의도에서 사드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드 레이더가 미중 간 전략안정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가 전혀 안 돼 있는 거다. 현재 미중 간 전략안정이란 중국의 ICBM 전력을 갖고 얘기하는 거다. 중국이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능력이 안 된다. 또한 중국 잠수함은 소음이 커 쉽게 탐지된다. 그래서 아직까지 중국의 SLBM은 미국에 대한 현존 위협으로 되지 못한다. 이런 조건에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약 50여기의 ICBM은 당장 미국에 현존 위협으로 된다. 그런데 바로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는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ICBM을 부스트 단계에서 상승단계에 이르기까지 조기 탐지, 추적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이지스 BMD 함이나 미국 본토 배치 요격미사일(GBI)로 중국의 ICBM을 2~3번 요격할 수 있는 조기경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중국의 ICBM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국은 핵 강대국 중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사용(First Use) 정책을 포기한 국가다. 따라서 MD에 의해 중국 ICBM이 일부라도 요격 가능하다면 미국은 얼마든지 대중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 즉 중국의 대미 핵억지력이 무너지는 거다. 그래서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현재의 전략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활적으로 사드 한국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거다.

    미중 간 전략안정은 1980년대 들어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ICBM이 미국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살아남을 수 있는 만큼 생존력을 갖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중국은 1964년에 핵실험에 성공하고 1970년대에 ICBM을 갖추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양국 관계가 전략 안정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80년대 들어오면서 미국이 선제공격을 해도 ICBM을 어느 정도 생존시킬 수 있게 되면서 대미 핵 보복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거다. 그때부터 미중 간 미국 우위의 전략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미국이 사드 레이더 등의 한국 배치를 통해 동북아 MD의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미국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아 미국을 보복 공격하는 중국의 ICBM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중국은 미국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함으로써 미중 간 전략안정이 무너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미 과학자 협회(FAS) 등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언급해 오고 내용이다. 중국 학자들도 미국이 MD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면 중국의 대미 보복 능력이 무력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ICBM 능력도 중국보다 질량적으로 우위에 있고 SLBM으로도 미국을 타격할 수 있어서 우려가 덜한 반면 중국은 SLBM의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사드 한국 배치에 러시아보다 훨씬 더 민감한 거다.

    정=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가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고 동북아 패권 전략의 핵심인데 그것을 한국 총선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주 나이브하다는 점, 그리고 사드 배치의 핵심은 레이더에 있고 그 사드 레이더 배치의 군사전략적 함의는 중국의 대미 억지력의 무력화를 한미, 한미 군사동맹의 강화 속에서 한국이 앞장 서 수행한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사드 한국 배치의 군사전략적 함의를 모르거나,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나?

    고-그렇다. 미국의 군사전략 속에서 어떻게 동북아 MD와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미국의 동북아 MD 구축에서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조금 더 말하겠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MD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2011~20년), 중동(2012년~), 아·태지역(2012년~) MD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 세 지역 MD를 연결해 세계 MD를 구축하려고 한다. 2011년부터 시작된 유럽 MD 구축의 전제가 뭐냐면, 터키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다. 만약 터키의 사드 레이더가 없다면, 이란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조기 탐지할 수 없어 유럽 MD가 그 만큼 효용성이 떨어진다. 유럽 MD의 전제가 터키 배치된 사드 레이더이듯이 동북아 MD,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MD 구축의 전제는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전 세계에 구축하고 있는 MD 체계는 항상 그 지역에 가장 전진 배치된 사드 레이더가 있기 마련이다.

    정=그런데 유럽 MD 구축의 전제가 터키의 사드 레이더이듯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그 역할을 하는 사드는 일본에 2개 있지 않나. 그렇다면 한국의 사드가 없더라도 미국의 동북아 MD 체계가 무력화되는 건 아니지 않나?

    고-그렇다. 하지만 지역 MD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터키에도 사드 레이더가 없다고 해서 유럽 MD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MD의 생명은 권투선수로 치면 눈이 정확해야 주먹의 정확도도 높아지듯이 MD 센서 체계의 완성도가 낮으면 요격이 정확하게 안 된다. 그래서 이란을 핑계로 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조기 탐지, 추적하기 위한 레이더가 터키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이고, 북한을 핑계로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조기 탐지, 추적하기 위한 레이더가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다. 이것이 미국의 전 세계 MD 체계의 핵심이다.

    그런데 김종대 의원이 2월에 ‘파파이스’ 방송에서 어떤 주장을 했는가 하면, 사드를 미국이 한국에 배치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하면서 달러 보따리를 싸들고 가더라도 미국이 한국에 팔 사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텍사스 육군 기지에 5기를 인도해 놓고 있으며, 이 중 실전 배치 훈련이 끝난 포대 중 1개 포대를 아랍에미레이트 등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이런 내용은 미 미사일 방어국 국장이 4월 13일에 의회에서 증언한 내용이다. 미국은 이 중 하나를 한국이나 일본에도 배치할 수 있다. 따라서 달러 보따리를 싸들고 가더라도 미국이 팔 게 없다는 주장은 사드에 대한 기본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김 의원 주장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한국에 배치할 사드도 없다는데 왜 사드 반대 운동을 하나?” 이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평통사가 전국 곳곳에서 홍보 활동을 전개할 때도 김종대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사람들을 만난다. 심지어는 평통사 회원들조차도 그런 주장을 해서 김종대 주장의 문제점을 바로 인식시키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정=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2000Km 정도인데, 그런 정도면 일본과 한국 간 거리가 약 800Km 밖에 되지 않으니까 일본 배치 사드 레이더로도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일정 정도로 커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고-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2,000Km 미만이니까 중국 내륙 깊숙하게는 탐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2,000Km라고 알려진 것이 최소이고 최대 5000Km라는 보도도 있다. 미국 MD 전문가인 포스톨 교수도 한겨레신문에 4,000Km 정도 된다고 밝히지 않았나. 중국 내륙 깊숙이 탐지가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ICBM 기지는 주로 미국과 가까운 동북부 지역에 있다. 그러니까 내륙 깊게 탐지할 필요도 없다. 내륙 깊숙이 있는 것은 인도나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ICBM 기지다.

    서재정 선생이 “(한국과 일본이 지리적으로) 800Km 떨어져 있어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은 미국의 MD 작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일본을 향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에서 일본 이지스함이나 일본 본토 배치 사드 레이더가 탐지하는 데는 한반도 남북으로 놓인 산맥 때문에 일정한 거리로 날아오르기 전까지는 탐지가 안 된다. 만약 백령도에 사드 레이더가 배치돼 있다면 이를 동해상의 일본 이지스함이나 일본 배치 사드 레이더보다 조기에 탐지해 이를 동해에 배치된 일본 이지스함에 제공하면 그 정보로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이른바 ‘원거리 발사(LOR)’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MD 작전을 통해 일본을 방어하는 데서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가 갖는 효용성이 큰 것이다.

    미국도 같은 효용성을 누릴 수 있다. 중국이나 북한에서 괌이나 하와이를 겨냥해 날아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일본 열도 남북으로 뻗어 있는 높은 산맥 때문에 태평양 상의 미국의 이지스함이 조기에 탐지하기 어렵다. 동북아 유사시 MD 작전을 전개할 때 일본 이지스함은 동해나 한반도 서남해로 나가고 일본 주둔 미국 이지스함은 일본의 태평양 연안 쪽으로 나간다고 한다. 중국이 만약 괌 미군기지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하면 한국과 일본의 산맥이 가로 막고 있어 이것을 태평양 상의 이지스함이 탐지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한국에 이지스함이나 사드 레이더는 보다 빨리 조기경보를 획득해 태평양 상의 미 이지스함에 제공함으로써 이 정보로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 전진 배치된 사드 레이더는 단순히 일본 열도와 오키나와, 대만 등에 배치되어 있는 여러 기의 지상 조기경보 레이더 중의 하나가 아니다. 질적 차이가 있는 거다. 이런 MD 작전에 대한 이해를 서재정 선생이 못했던 거다. 김종대도 모르는 것 같은데, 그는 한국 배치 사드 체계를 언급할 때 미국의 군사전략이나 동북아 MD, 군사동맹 구축과 연관해 주장한 적이 거의 없다.

    정=그런데 총선이 끝나고 오히려 한국의 사드 배치 논의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 않나? 이런 현실이 사드 한국 배치 논의가 총선용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되지 않나?

    고-총선 후에도 김종대는 사드 한국 배치가 여전히 총선용이라거나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여전히 미국의 사드 생산과 해외 배치 계획을 잘못 인식하고 있거나 박근혜 정권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끝내 배치 못할 것이라는 주관적 판단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당국의 사드 한국 배치 의지나 흐름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그 누구도 사드 한국 배치를 100% 단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히 배치 쪽으로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평화세력이라면 사드 배치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정=지금 사드 배치 일정이 가시권에 올라와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 건가.

    고-그렇다. 레디앙과 같은 시기 동아일보 인터뷰(링크)에서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총선 끝나고 한 달이 지난 후의 인터뷰였는데. 4월 총선이 있는 바로 그 날도 미 국무부 관료가 사드 한국 조기 배치 가능성을 언급했고 그 이후에도 반드시 배치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총선이 끝나고 나니까 사드 주장이 들어갔죠? 총선용이라는 것이 입증 됐죠?” 라는 식으로 말한다. 책임 의식이 있다면 객관사실을 보다 정밀히 추적해 보고 나서 객관적인 상황에 맞는 주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관성적인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거다. 이번 싱가포르 상그릴라 안보 대화(아시아 안보회의, 6월 3~4일)에서도 한민구 국방장관이 각국의 국방 관계자들 앞에서 사드 한국 배치 의지가 있다고 고해성사하지 않았나. 현재로서는 사드 한국 배치와 관련된 한미 간 이해 차이는 배치 자체라기보다는 배치 지역이나 배치 계획 발표 시기, 운영유지비 등에 대한 차이로 보인다.

    사드1

    사드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촉매제

    정=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동맹의 성격과 현재적 의미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일본이 우경화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면서 미일 지역 MD와 군사동맹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는데, 사드 한국 배치로 한국이 미일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참여하고 미일동맹 체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어 가면서 반중 동맹의 편에 서고 있는 것인가?

    고-군사동맹이 무엇인지 정확한 개념부터 밝히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동맹’이란 아와 적을 명확히 구별해 놓고 적과의 전쟁을 위해 평시부터 전쟁준비를 하는 국가 간 결속체를 말한다. 이것이 국제정치에서 동맹에 대한 공통된 인식, 사전적 개념이다. 여기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동맹에 대한 접근은 과학적 이해가 불가능하게 되고 주관적 주장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우리 국방대학원에서 낸 군사용어사전에도, 동맹을 “잠재적 전쟁공동체”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사드 한국 배치로 동북아 MD가 구축되면 이는 MD 자체로 끝나지 않고 이것이 끌차가 되어 동북아 군사동맹을 결성하는 데로 나가게 된다. 그래서 MD와 동맹이 별개가 아니며, 지역 MD 구축을 통해 지역 동맹 결성으로 나가려는 것이 미국의 군사전략이고 의도다. 유럽에는 나토(NATO)라는 다자 군사동맹이 결성돼 있다. 2차대전이 끝난 이래로 아태 지역에서도 나토와 같은 다자 군사동맹을 결성하는 것이 미국의 오랜 숙원이었지만 한일관계 등이 걸림돌이 되어 하지 못했다. 동북아 MD 구축을 통해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하려는 오바마 정권의 기도가 이제 막바지 단계까지 온 건데, 바로 사드 한국 배치가 동북아 MD의 고리인 셈이다. 동북아 MD와 군사동맹의 구축은 오바마 정권이 2011년부터 추구해왔던 아시아 재균형 전략, 이른바 Pivot to Asia 정책의 종착점이자, 정점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동북아 MD와 한미일 군사동맹이 어떻게 작용할 것이냐, 이것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표방되는 중국 포위 전략 하에서 미중 관계가, 앞으로 협력 관계 중심으로 갈 것이냐, 갈등과 대결 중심으로 갈 것이냐 하는 것인데, 후자로 보는 게 일반적 관점이다. 그래서 사드 한국 배치와 동북아 MD 구축에 대해 중국의 관영 환구시보가 ‘냉전 회귀’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많은 이들이 동북아 신냉전체제의 도래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이 과거의 냉전처럼 제로섬(zero sum) 게임을 벌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북미, 남북은 현재 드러내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 같다.

    정=동북아 MD 구축이 미국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끌차 역할을 하고 있고, 그것을 위한 정치적 제도적 정비 중의 하나가 일본의 안보법 제․개정, 개헌 추진 등이며, 또한 한일군사동맹을 결성하기 위한 사전 정비 중의 하나가 한일 양국 정부가 작년 말 졸속으로 처리한 소위 위안부 야합이다, 이렇게 봐야 한다는 것인가?

    고-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안보법 제․개정은 미일 신가이드라인을 뒷받침해 주기 위한 거다. 미일 신가이드라인은 1978년에 최초로 수립되고 냉전 와해라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1997년에 한 차례 개정된 데 이어 미일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대외 군사적 패권을 위해 2015년에 다시 개정되었다. 그래서 ‘미일 가이드라인 2015’라고 부른다. 이 ‘미일 가이드라인 2015’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법적 장치가 바로 일본의 안보법, 곧 전쟁법이다.

    정=안보법이 위헌 논란이 있기 때문에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의 마지막 족쇄까지 풀려고 하려고 하는 거고, 한일관계를 군사동맹관계로 만들기 위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을 미일이 다그치고 있는 건가

    고-나토가 있지만 유럽에서는 영국이 미국과의 군사동맹의 축을 이루어 왔다. 같은 동맹 국가였어도 그 동안 일본은 정보 제공 등 동맹 지위와 역할에서 영국을 따라가질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태 지역에서 영국의 지위와 역할을 보장하는 거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이는 틀린 말이다. 삼각은 세 개가 동등한 것인데 사실은 2각이고 한국이 수직으로 밑에 붙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일동맹과 미영동맹을 중심으로 한 양 지역의 동맹을 묶어서 전 세계 동맹체를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의 세계 전략이고 각 지역의 MD가 그에 대한 견인차 역할을 하는 거다.

    동맹이 아니라 다자간 안보협력기구 모색해야

    정=김종대 의원은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이 전쟁동맹이라는 비판에 대해 과거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현재는 그렇게 보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진단하던데.

    고-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군사동맹을 강화시키는 추세로 가고 있는데 김종대는 거꾸로 보고 있다. 군사동맹을 마치 우리 임의대로 약화시켜 우리가 동맹을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의해 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세계 정세의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거다. 동맹 약화나 해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었던 유일한 순간이 있었는데, 90년대 초반의 나토가 그랬다. 동유럽과 소련이 몰락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해체되면서 서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나토의 필요성에 회의가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을 뿐 미국이 다시 드라이브를 걸어서 동유럽까지 나토에 가입시키는 나토의 확대로 간 거니까. 이런 역사적 사례로 비춰볼 때도 동맹 스스로가 약화의 길을 가거나 전쟁공동체로서의 성격을 전환시키는 길을 갈 수 있다는 건 주관적 희망일 뿐이다.

    정=그런데 동맹이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전쟁 공동체’로서의 인식보다는 ‘안보를 위한 담보’ 같은 거로 생각한다. 동북아의 대결과 갈등 구조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한 ‘안보 블록’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공격적이고 전쟁의 속성을 내포한 동맹체가 아니라 안보와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지역의 대안적 틀은 어떻게 형성되어야 한다고 보나?

    고-김종대 의원은 한미동맹을 고쳐서 쓰자, 이렇게 레디앙과 인터뷰를 했더군요. 그에 대해 레디앙의 질문자가 고쳐 쓰는 문제가 아니고 이를테면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구축해서 공동안보의 길을 가는 게 답이 아니냐고 되물었는데, 그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김종대는 안보협력체, 동맹 등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는 것 같고 인식과 대안에서도 문제가 있는 거 같다.

    유엔이나 유럽의 OSCE(유럽안보협력기구,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아시아의 CICA(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회의) 같은 것을 집단안보체라고 한다. 나토는 군사동맹이고, 집단방위라고도 한다. 이 집단방위나 군사동맹은 적과 아를 구별하는 개념이다. 대결과 전쟁이 기본으로 전제돼 있는 것이고. 따라서 평시부터 전쟁 준비를 하며, 이에 국방예산의 확대는 필연이다. 그런데 집단안보는, OSCE의 전신인 냉전 시기 유럽의 CSCE(유럽안보협력회의, 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처럼 1970년 초 데탕트 시절에 바르샤바 조약기구와 나토 소속 국가들이 다 함께 들어와 대결이 아닌 공동안보, 협력안보를 해보자 해서 가동된 게 CSCE이다. 그리고 냉전이 끝나고 OSCE로 바뀌었다. 물론 그 역할이 굉장히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이것이 있었기 때문에 CFE(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 CFE Treaty on Conventional Forces in Europe)라고 하는 유럽에서 재래식 군축도 가능해진 거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이런 형태를 모방해 1992년에 CICA라고 하는 것을 결성했다.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이런 나라까지도 포함돼 있고 한국도 들어가 있다. CICA는 아시아 국가 간 교류, 신뢰구축 등을 추구한다. 그래서 군사동맹과 다른 거다. 공동안보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고 동맹의 대안으로 얘기가 되고 있는 거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4년 CICA 회의에서 “동맹은 냉전시대 유물이다, CICA를 강화해, 곧 다자 안보협력체를 강화해 아시아의 공동안보를 추구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기자들이 이를 시진핑이 동맹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시진핑은 동맹의 대안으로 CICA의 강화를 주장한 거다. 이렇게 한국의 기자들이나 군사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이런 기본 내용(동맹이나 집단안보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현재 밀월관계에 있지만 양자 모두 동맹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한미일 동맹 강화에 반대하면서 그 대안으로서 동맹이 아닌 다자 공동안보체를 구축하자는 거다. 이렇게 아시아에서 주요 국가들이 동맹을 탈피하려는 흐름과도 달리 김종대는, 동맹을 고쳐 쓰자고 하는데, 어떻게 고쳐 쓰자는 건지 대안 제시도 없이 사실상 한미동맹 유지라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고 있다. 한미, 한일, 한미일 동맹 속에서는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도 상생도 공동 번영의 길도 모색할 수 없다. 진보, 평화세력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주장을, 가서는 안 되는 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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