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 노동당 덮쳐
    의원총회에서 코빈 대표 "불신임"
    블레어주의자들의 강경좌파 축출 쿠데타
        2016년 06월 29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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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그 여파가 보수당 캐머런 총리의 사임 발표와 후임 결정을 위한 보수당 내부에서 브렉시트 찬반 세력들의 각축이 벌어지는 한편에서 노동당에서는 더 큰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불신임’안이 172 대 40으로 의원총회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된 것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서 코빈 대표의 미지근한 ‘잔류’ 지지 운동에 대한 불만과 조기 총선이 열리면 노동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를 가진 당 내 다수 의원들의 반란이 합쳐진 것이다. 물론 당 대표는 의원들만이 선출하는 게 아니라 당원과 노동조합 등 지지자들의 총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의원총회의 투표 결과는 법적인 효력은 없다.

    국민투표 직후 26일 힐러리 벤 예비내각 외교장관의 사임을 시작으로 노동당 예비내각 성원들 2/3가 사임하면서 코빈 대표에 대한 불신임이 의원 사이에서 확산되어 이날의 불신임 투표까지 이어졌다.

    노동당 의원들의 다수는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제3의 길’을 지지하는 경향이며 코빈 대표는 이 노선을 강하게 비판하는 강경 좌파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년 9월 당 대표 경선에서 코빈 대표는 의원들 속에서는 극히 저조한 지지를 얻었지만 일반 당원과 노동조합 투표에서는 압도적이고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압승을 하는 이변을 낳은 바 있다.

    이날의 압도적인 불신임 투표 결과에 코빈 대표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코빈 대표의 측근들은 회의를 통해 당 대표 경선이 다시 치러질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원들의 불신임 반란에 항의하기 위해 의사당 근처에 모여 항의를 했던 풀뿌리 캠페인 조직인 ‘모멘텀 그룹’은 어떤 경우에도 코빈을 지지하고 그를 지킬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코빈 대표는 의원들의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나는 당원과 지지자들 60%의 지지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의 대표이며, 나는 대표를 사임함으로써 그들(지지자)을 배신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원총회의 불신임 투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밝혔다.

    의원들의 3/4 가량이 대표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한 이후 그 투표의 법적 효력과는 별개로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하는 선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톰 왓슨 부대표와 안젤라 이글 의원이 코빈의 대항마로 거론되며, 작년 대표 경선에서 코빈에 패배했던 쿠퍼 의원도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노동당 대표 재경선 과정에서는 당규에 대한 법적인 해석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규에서는 대표직에 도전하는 후보자는 최소한 소속 하원의원과 유럽의회 의원 전체의 20%, 즉 50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임을 하지 않는 현 대표의 경우는 자동적으로 후보자 명단에 올라가는가, 현 대표라도 50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다시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당연히 코빈 지지자들은 전자의 해석을, 반란자들은 후자의 해석을 옹호하고 있다. 현재 의원단의 분포로 볼 때 50명의 후보 지지 서명을 코빈 대표가 받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더더욱 이 규정에 대한 해석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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