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책소개]「한국전쟁」(베른트 슈퇴버/ 여문책)
        2016년 06월 25일 08: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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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의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본 한국전쟁의 어제와 오늘

    한국전쟁(1950~1953년)은 냉전시대 최초의 열전이었다. 한쪽에는 미군을 위시한 유엔군의 지원을 받는 남한군, 다른 한쪽에는 소련군과 중국군의 지원을 받는 북한군이 포진해 거의 전 국토를 교대로 점령했으며 엄청난 규모의 폭탄과 네이팜탄을 투입해 모든 것을 불태우고 45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

    베른트 슈퇴버는 이 전쟁이 어떻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3년이나 지속된 비극이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무자비하고 가혹하게 진행되었는지를 국제사의 시각에서 조망한다.

    그는 핵전쟁에 대한 전 세계적인 불안에서부터 서구의 경제적 부흥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차원의 결과들을 기술하면서 60여 년 전 휴전과 함께 임시적인 평화를 찾은 한반도가 어째서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갈등지역에 속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국전쟁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에 북한의 공격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비극이자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이었다. 그러나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전쟁을 임진왜란과 동급으로 본다는 결코 우습지 않은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형편이라고 한다. 높은 실업률과 치열한 경쟁, ‘흙수저-금수저-헬조선’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한국전쟁이 점차 머나먼 옛일로 치부되어가는 분위기만을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올해로 발발 66주년, 휴전 63주년이 되는 한국전쟁은 한반도는 물론 전쟁에 참여한 미소 강대국과 중국, 유엔군, 이웃한 일본 등 냉전의 영향 아래 있던 모든 국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은 세계의 패권국가로 우뚝 섰다. 서독과 일본 등은 한국전쟁으로 경제적 부흥을 톡톡히 맛보았으며, 냉전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어 미소 강대국들 간의 군비경쟁을 가속화했다. 1991년 냉전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이후에도 한반도는 여전히 아슬아슬한 휴전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세계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뜨거운 지역이라는 점을 다시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저자인 베른트 슈퇴버 교수는 냉전 전문가답게 한국전쟁의 성격을 ‘냉전시대에 발발한 최초의 뜨거운 전쟁’으로 명명하며 남북한처럼 분단을 겪은 입장에서 한국의 통일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다.

    한국 학자들과 10년 넘게 교류하면서 공동연구를 진행해온 학자로서 여러 번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으며 국내외의 방대한 자료를 망라하여 한국전쟁의 발발 원인과 과정, 그 결과들을 흥미롭게 기술한다. 특히 1980~90년대 남한의 북침 가능성 제기로 큰 파란을 일으켰던 브루스 커밍스 이후 서양 학자의 종합적 작업이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더불어 서독 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 현대사의 평가와 북핵문제, 통일을 위한 자세 등 귀담아들을 만한 조언들도 이 책만의 또 다른 장점이다. 다수의 도판과 지도, 도표 등도 수록되어 있다.

    냉전과 국제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좀 더 다채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교양서로, 한국전쟁을 잘 모르거나 우리 역사에 무관심한 독자에게는 전반적인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스타트업북으로, 소위 ‘밀리터리 덕후’들에게는 미제와 소련제 무기를 비롯한 전쟁의 세부 양상과 미국과 소련, 중국, 남북한 지도자들 간의 갈등에 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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